[경제칼럼]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장

소상공인들의 한숨소리가 깊어진다. 27일부터 비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일괄 확대됐다. 충북은 이미 3단계를 적용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번 조치로 8월 8일까지 사적모임은 4인까지만 허용된다. 조르고 졸라 맨 허리가 살이 패일 정도인데 여기서 더 졸라야 한다고 하니 소상공인들의 한숨소리에 덩달아 괴로운 마음이다.

2022년도 최저시급이 9천160원으로 발표됐다. 5.1% 인상된 금액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최저시급 1만 원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고 발표 즉시 반발했다. 9천16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 4천440원(209시간 기준). 이 돈은 분명 노동자가 생계를 꾸리기엔 빠듯한 금액이다. 집세 내고 대출금 갚고 카드값 내다보면 남는 게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빠듯한 월급'을 주는 사람들이 잘사는 것도 아니다. 최저임금 영향 근로자의 97.9%는 300인 미만, 83.6%는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님들도 고민이 깊다. 매월 아르바이트생보다 적은 돈을 가져간다는 사장님들의 이야기는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편의점주들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자신의 노동력을 갈아 넣고, "조금만 더 참아 달라"는 말에 지친 식당들은 휴업을 고민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가 소상공인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긴급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는 충격 그 자체다. 여름 휴가철 수도권 소상공인 10곳 중 7곳의 매출이 40%이상 감소를 예상한다. 소상공인 10곳 중 6곳이 휴업이나 폐업을 고민한다고 한다.

둘러싼 모든 환경조건이 소상공인들을 옥죄어 온다.

그나마 국회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 예산안을 지난 23일 통과시켰다고 한다. 소상공인 지원금 최고 한도가 정부가 제시한 900만 원에서 2천만 원으로 늘어나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거리 두기 강화로 인한 생계의 어려움을 덜어내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게 됐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협상이 난항을 겪었지만 여야가 목표 시한을 지켜 합의를 도출하고 추경을 신속히 집행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여야가 한발씩 양보해 소상공인 지원 확대와 재난지원금 지급에 모두 타결하는, 드문 협의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제 강화된 거리 두기로 인해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신속하게, 간소한 절차에 따라 지원금이 전달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글을 쓰는 와중에 가만 생각해보니 기업진흥원에서는 소상공인을 특화해서 지원하는 사업이 많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영세기업 일자리안정 특별자금'을 운영하는 정도다. 중소기업 기본법에서는 대기업, 중기업, 소기업, 소상공인을 모두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물론 소상공인은 '중소기업(중기업+소기업)'의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에 기업진흥원의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기존 지원사업이 대부분 제조업 중심으로 평가기준이 마련되어 있어 숙박업이나 음식점업과 같은 생계형 사업장에 대한 지원은 미흡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정책실'과 더불어 '소상공인정책실'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게다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설립하여 전문적 지원기구로 운영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전국의 17개 지방정부 또한 3곳을 제외하고 별도로 광역 자치단체 차원에서 소상공인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어쩌다보니 소상공인지원센터가 없는 3곳 중에 한 곳에 충북이 포함되었다.

아마도 이런 맥락에서 충북은 많은 고민 끝에 소상공인 지원 전문기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지난 7월 14일 현판식을 개최하고, 충북기업진흥원 2층에 사무실을 마련하여 본격적으로 '충청북도소상공인지원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센터장을 포함해서 4명의 인력으로 구성하고 우선은 소상공인 경영지원 컨설팅 사업과 경영개선 교육 등 두 가지 단위사업으로 시작한다.

하드웨어를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한 만큼 운영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기계도 쓰는 사람이 잘못 쓰면 금방 고장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기관과 다양한 지원 사업을 조사하고 안내할 수 있는 안내자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소상공인지원센터가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센터의 개소를 소상공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어느 기독교인이 운영하시는 식당에 걸려있던 현판이 생각난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소상공인지원센터가 비록 작게 시작하지만 세련된 운영으로 충북의 소상공인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어깨동무 친구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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