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오늘도 더우셨죠? 이 질문이 안부 인사가 되어버린 여름날입니다. 일찍 시작된 폭염은 그칠 줄 모르고 계속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 시기를 견디고 있지만 움직일 수 없는 생물들은 고스란히 고통을 받아내야 합니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식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더위를 이겨냅니다. 나무들은 잎들을 다양하게 만들어내는데 가장 높은 곳에 달린 잎은 아래 잎들보다 두껍고 크기도 작은 잎을 냅니다. 그래야 뜨거운 볕을 견디고 수분을 빨리 증발시켜 온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영리한 식물 중 대표적인 콩과식물은 더 뛰어난 방법으로 더위로부터 자신을 보호합니다. 바로 잎을 접는 방법입니다. 길에 덩굴로 펼쳐진 칡에 잎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침에는 3장으로 보이는 잎을 활짝 펼쳤다가 한 낮에는 서로 잎을 겹쳐 접어서 햇빛을 받는 양을 줄여버립니다.

하지만 지속되는 폭염에는 식물도 점점 잎이 말라 떨어뜨립니다. 차라리 잎을 포기하더라도 생명을 유지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인데 이도 매년 지속된다면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온도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식물은 우리나라 고산에 서식하는 고산식물들입니다. 기후위기 후 매년 기온이 높아지면서 고산에 사는 식물들은 대규모 고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나무는 지리산 정상에 서식하는 구상나무입니다. 계속 고사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지리산에는 처참한 구상나무 무덤이 가득합니다. 구상나무는 한반도 해발 1천m이상에 자생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특산식물입니다. 전 세계에 크리스마스 트리로 유명해진 구상나무는 2000년도를 기준으로 점점 개체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2013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현재 지리산 천왕봉 일대의 구상나무 서식지에 90%가 고사했습니다. 지금 같이 폭염이 지속된다면 이제 우리나라에 구상나무 자생지는 없어질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다른 동물들은 어떨까요? 움직일 수 없는 동물 중에서 서식지에 가장 큰 제약을 받는 동물은 바로 물고기입니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하천의 수온이 점점 올라가고 있어 도심의 작은 하천에 물고기 떼죽음 뉴스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민물고기 중에서도 수온이 낮은 곳에서만 서식이 가능한 종들이 있습니다. 연준모치, 한강납줄개 등은 현재도 멸종위기야생동물2급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지만 수온이 계속 오른다면 전체가 멸종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북반구에 위치한 시베리아는 추위를 대표하는 툰드라 지역입니다. 하지만 올해 6월 48도를 기록하면서 거대한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이곳은 영구 동토층으로 여름에만 1~2m 지층만 살짝 녹고 일 년 내내 계속 얼어있는 상태로 있는 지대입니다. 하지만 기후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얼어 있던 메탄가스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고 있어 기후위기를 가속시키고 있습니다. 올 여름에 발생한 서유럽의 100년 만에 폭우와 북반구의 살인적인 폭염 등을 통해 이제 기후위기는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는 어쩌면 축복받은 지역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얼마나 갈지 모를 일입니다. 국립기상과학원이 발표한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을 보면 한반도 연평균기온은 앞으로 20년 후인 2040년 13도, 40년 뒤 2060년에는 13.0~14.5도, 2100년도에는 13.8~18.2도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평균온도 2도 정도가 오르면 생물들이 살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박현수 숲해설가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앞으로 기후위기를 막는 것이 모든 생물들이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제 전 세계의 나라들은 이런 위기의식에 탄소제로를 정책을 발표하고 꾸준히 실천하고 있습니다. 지금 기후위기에 대비해서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앞으로 발생할 기후위기로 입을 피해 비용보다 훨씬 적다는 것입니다. 지금 기후위기를 맨 몸으로 견디는 많은 생명들은 생존을 위해 처절한 노력을 하고 있습수다. 이제 우리도 이러할 시기입니다. 더 처절하게 생존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오늘 더우셨죠?'라는 폭염 안부조차 나눌 수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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