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도입 14년째 업체들 자발적 자정 노력 원동력
편의성 높인 교통서비스 '강점' 노선 신설 등 수익성 한계 달해

부산 시민들이 버스 준공영제가 시행되고 있는 부산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박건영
부산 시민들이 버스 준공영제가 시행되고 있는 부산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박건영

[중부매일 장병갑 기자] "당초 목표가 퇴색되지 말아야 한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부산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지난 2007년 5월 15일 처음 시행됐다.

올해로 시행 14년째다.

부산시와 버스업계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협약'을 통해 시가 버스사업자의 경영권을 보장하고 책임경영을 통한 관리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대신 노선운영권을 회수, 운영·관리하게 됐다.

류극희 부산광역시청 버스운영과 버스행정팀 주무관이 부산 버스준공영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건영
류극희 부산광역시청 버스운영과 버스행정팀 주무관이 부산 버스준공영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건영

"부산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목적은 크게 사유화된 노선권의 회수와 대중교통 환승제 도입 등 두 가지다. 다시 말해 시민 편의의 노선 조정과 도시철도, 버스, 마을버스 간 경쟁체제가 아닌 통합환승제 도입을 통한 서비스 증대다."

류극희 주무관(부산광역시 버스운영과 버스행정팀)은 부산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이는 청주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청주시는 재정지원(2018년 손실보전금 및 보조금 295억 지원)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는 반면 교통서비스 질은 저하됐다.

특히 각종 개발사업 추진에 따른 도시공간구조 변화 및 T자형 중심(사직로, 상당로) 운행으로 교통체증이 발생하고 있지만 신규개발지에 버스공급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에 교통복지인 대중교통 서비스의 안정적 제공과 재정지원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선운영권과 회계감사권을 청주시가 갖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이 필요했다.

그러나 부산시가 14년간 준공영제를 시행하면서 고비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업계 일각에서 채용 비리가 터져 나와 준공영제 시행에 따른 효과·성과와 무관하게 비판적 여론을 키웠다.

류극희 부산광역시청 버스운영과 버스행정팀 주무관이 부산 버스준공영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건영
류극희 부산광역시청 버스운영과 버스행정팀 주무관이 부산 버스준공영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건영

"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늘 상 해왔던 것인데 일반 시민들이 보면 이해할 수 없는 경영이었다. 업계는 세금 효율화 또는 감면인데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탈루, 도덕적 해이로 생각할 측면이 있었다. 이러한 것들은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 부산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그런 쪽으로 공격을 받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며 지금껏 준공영제를 이끌어 올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업체들의 자정노력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부산지역 버스업체는 모두 33곳이다. 이들 업체에게 문제를 지적하면 노력들을 한다. 서로서로 의식하며 자정노력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시에서 시회 인사로 감독관을 파견하다는 등 조금 과하게 요구한 부분이 있었다. 이러한 부분까지 수용하면서 협약을 했다."

또 하나의 원동력은 최고의 정책은 아니지만 최선의 정책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 부담 등으로 부산시도 지속적으로 다른 대안을 모색 중이다.

그러나 공영제, 노선입찰제 등 다른 대안은 현실적인 한계에 직면한다.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10년이 넘게 받던 서비스라고 생각해 이제는 환승부분 등 준공영제 시행으로 이뤄지는 서비스가 당연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준공영제 시행 전이나 첫 시행 무렵을 생각해 볼 때 서비스 부분에서 엄청나게 향상됐다. 결국 준공영제 시행으로 이뤄졌던 이러한 서비스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시민들의 기준치도 높아져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왔다."

부산은 준공영제 시행으로 요금인상 억제, 노선조정, 환승제 도입 등 시민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부산은 그동안 신도시가 많이 생겼다. 이로 인해 노선도 많이 바뀌고 신설됐다. 신도시는 업체 입장에서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 결국 노선을 신설해도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준공영제 시행으로 노선을 신설하고 주민 편의 중심으로 노선도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부산도 다른 지자체와 같이 가장 큰 부담은 예산 증가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말 소요예산은 1천400억원 수준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1천억원 정도의 예산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준공영제를 시행하면서도 부산이 생각보다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 해마다 4천500억~4천600억원 정도였는데 코로나19로 1천억 정도가 손해를 보게 돼 그 부분을 지원해 줘야하는 것이 문제다."

코로나19 이외에도 해마다 증가하는 물가상승 등을 고려할 때 재정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마다 재정 지원에 이를 반영하지만 버스요금에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이 지난 2007년 준공영제 시행 후 버스요금 인상은 두 번에 불과하다.

지난 2013년 1천80원(카드기준)에서 1천200원으로 인상한 것이 마지막이다.

류극희 부산광역시청 버스운영과 버스행정팀 주무관이 부산 버스준공영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건영
류극희 부산광역시청 버스운영과 버스행정팀 주무관이 부산 버스준공영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건영

"요금 100원을 인상하면 수익이 150억원이 증가한다. 요금을 올리지 못하는 것이 재정 부담 중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공공물가 인상에 대한 저항도 있고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다른 지자체들이 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니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부산시는 준공영제 활성화를 위해 요금 인상과 투명한 버스업체 경영체계 관리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류 주무관은 청주시가 준공영제를 안정적으로 지속하기 위해서는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준공영제에 대한 목표가 분명해야 하고 당초 취지가 퇴색하지 않게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버스업체의 도덕적 해이, 노조관리 등도 잘해야 한다. 결국 준공영제 시행으로 향상된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 진다. 적극적인 정보공개, 홍보 등으로 이를 일깨워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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