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지난 7월 초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격상됐다. 이러한 지위 변경은 1964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설립 이래 처음이다. 이전에도 이에 걸맞은 대우를 받긴 했지만, 국제사회로부터 선진국으로 인정받은 것은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아시아에선 일본이 유일했던 선진국 반열에 한때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이 올라선 것이다. 그렇지만 대전환기에 직면한 지금의 글로벌 경제환경은 녹록지 않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글로벌 가치사슬 구조가 급변하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심각한 경제위기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수출기업 300곳의 '글로벌 경쟁상황 변화와 대응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다수 기업이 경쟁 심화, 시장점유율 하락, 마진율 감소 등 '3중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적극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선제적 혁신을 추진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려는 노력은 미흡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목받는 '온라인플랫폼 구축·연계'는 29.4%, 디지털 전환의 핵심기술인 '빅데이터'와 'AI' 관련 응답은 28.0%, 16.7%에 그쳤다.

글로벌 경제 흐름은 지역경제 판도도 흔들고 있다.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 추진에도 지역경제 침체와 수도권·비수도권 간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비수도권 경제위기는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에서 출발, 연관산업과 주변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국가 경제 전반의 성장 저하를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 변화를 토대로 지역 산업정책의 틀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팬데믹은 정부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 효과가 수확 체증이 가능한 생산 구조를 만들어 승자독식을 강화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감염병 관리와 백신 확보를 둘러싼 국가별 능력 차이가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이에 따라 국가·지역·기업간 불균등·불평등이 고착화하면서 미래 세대에 온전히 전가될 위험성이 커졌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을 둘러싼 미·중 마찰 격화와 2년 전 일본의 핵심 소재 수출규제 사례는 '군사', '경제'에서 '과학기술' 중심으로 패권이 대이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결론적으로 지역과 기업이 혁신성장을 위한 미래 과학기술 투자에 나서도록 제도적·정책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의 긴요함을 시사한다.

최근 충북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신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BIG3(미래차, 바이오헬스, 시스템반도체)의 VIP 행사가 두 차례 청주(오창, 오송)에서 개최됐다. 지난해 유치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국가 및 지역 R&D를 뒷받침할 핵심 연구 인프라다. 전국 유일의 이차전지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와 강소연구개발특구는 연구 성과를 기술사업화·활성화하는 혁신 거점이다.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은 수도권 일극 집중을 억제하면서 비수도권 소멸 위기를 풀어 갈 '길항 지역(countervailing region)'으로 인식되고 있다. 충북은 새로운 국가균형발전 전략으로 등장한 충청권 메가시티 구상에서 스마트 네트워크의 결절지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국가적 과제인 탄소중립과 기후 위기에 선제 대응하는 과학기술의 산실이 돼야 한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이제 선진국 대한민국은 더 많은 책임과 의무를 부여받게 될 것이다. 더불어 충북은 유능한 강소지역으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그것을 발생시켰던 당시와 같은 사고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명언을 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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