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윤건영 청주교육대학교 교수
'위기의 지방대학' 토론회 참관기⑵

필자는 지난 달 26일 본지 칼럼을 통해 '위기의 지방대학, 해법은 없나' 참관기(1)를 썼다. 오늘 소고는 두 번째 이야기로 그동안 논의되고 있는 지방대학 위기에 대한 담론을 고찰해 본다.

지방대학 위기의 실상은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지원자 감소와 이로 인한 부분적 학과 존폐 위기, 수도권 전·편입 증가, 입학생 감소 등으로 지방사립대 재정 약화, 지방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률 하락, 교육과 연구의 본무 수행이 어려운 교수 이탈, '인 서울-수도권-지방' 순의 대학 서열 고착화' 등이다.

위 다섯 가지 실상은 사실 2000년 4월 대학교육협의회 주관 정책 세미나에서 논의된 것이다. 지금부터 20여 년 전쯤 이미 지방대학의 위기론이 언급된 셈이다. 이러한 '지방대학 위기의 현상과 원인'을 담론 분석을 위한 시론(한국교원대 정기오 교수, 2003년)으로 제시된 적 있다.

지방대학 위기를 정의하는 관점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정책실패' 담론이다. 학령인구가 감소되는 상황에서 지방대학을 늘린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1995년 <5.31 교육개혁 보고서>에 이미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1996년에 대학설립준칙제도를 만들고 대학설립 인가제를 폐지하여 지방대학의 난립을 사실상 조장하였다. 이에 따라 2003년 이미 국내 대학입학 총정원이 고3 학생수를 상회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교육정책 실패의 전형적인 모습이며, 이것에 대한 책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담론은 '수도권 억제 정책의 실패'라는 견해다. 서울에 집중된 인구와 경제활동은 변함이 없는데, 대학만 수도권 밖으로 인위적으로 분산시킨 것이 지방대학 위기의 근본 원인 중의 하나라는 관점이다. 이것은 지방에서 비정상적으로 대학이 늘어났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실패 담론은 정부와 교육부의 무책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 번째, 지방대학위기의 담론은 성적에 의한 대학의 학생 선발에 기인하는 지방대학 서열화와, 사립대학과 등록금에 의존하는 고등교육의 낮은 공공성으로 인하여 고등교육이 취약해졌다고 보는 관점이다. 대학의 서열 구조는 초·중등 교육을 왜곡시키고, 학벌주의를 확대재생산하는 폐단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사립대학을 통해 고등교육기회를 확대하는 경향을 띠게 되면서 불평등 체제가 심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대학평준화와 공공재정 확보를 강조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네 번째는 중앙집권적 권력 구조와 수도권 중심의 산업화와 자원 집중으로 지방 쇠락을 초래하고 있으며, 그로 인하여 지방대학도 위기에 봉착한다는 지방몰락 담론이다. 수도권 중심과 지방 주변으로 고착화되는 지역불균형 성장은 지방몰락의 원인이 되며, 그것이 지방대학의 학생 유치를 어렵게 하고, 졸업 후 취업도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방분권, 자원 및 권한의 지방 이전, 인재할당제 등의 대책이 제시되기도 한다.

다섯 번째, 지역인적자원개발론을 기반으로 지역균형발전정책을 추진하는 지역혁신체제(RIS: Regional Innovation System)의 확립을 강조하는 '지역혁신론'이다. 지속적인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지역사회자본의 구축, 연구개발과 학습체제 구축, 혁신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예산 지원 등을 핵심으로 하는 지방대학과 거점사업 중심의 산학협력체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담론에 기초에서 2000년 초에 교육부에서는 '지방대학 육성 대책 수립 추진 기본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에는 지방대학의 특성화 유도 및 교육여건 개선, 권역별 연합대학 체제 구축, 산·학·관·연 교육공동체 구축, 지역사회와의 연계 체제 구축 등의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학교가 중심이 되어 지역 발전을 주도하였다. 학교발전이 도시발전은 견인하였고, 지역문화를 선도하고 보존 발전시키는 주축이 되었다. 특히 대학의 본래 목적인 연구와 교육, 지역 봉사를 통해 지역발전을 선도하고, 그것이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정책실패론들, 지방대학서열화, 지방몰락, 지역혁신, 대학자치 담론들은 최근에 와서 구체적인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20여 년 전에 있었던 지방대학 위기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지금에 와서도 반복되고 있음은, 위기의 원인은 분명하지만 그 해법의 제시가 쉽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또한 그 오랫동안 국가와 지방정부, 그리고 대학 당국자들이 대책 마련에 소홀히 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윤건영 청주교육대학교 교수
윤건영 청주교육대학교 교수

담론이 제시된 지 18년이 지난 현재는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도래, 저출산과 고령화의 확대 심화, 고교학점제등 혁신교육의 등장 등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대학의 위기를 논하는 담론의 기저는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관련된 다양한 주체들이 뼈를 깎는 고통과 냉철한 안목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다차원적인 대책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해법을 다음에 제시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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