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입생 절벽'의 위기속에서 지방대학의 상황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이다. 당장 올해 신규 입학자원이 수도권 일반대학으로 몰리면서 학사운영에 차질이 발생할 정도다. 특히 지방 전문대학의 사정은 더 위태롭다. 더구나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무엇보다 신입생을 채우지 못한 지방대학의 경우 학교재정을 비롯해 더 무거워진 짐 때문에 휘청대고 있으나 대책은 막막하기만 하다. 이제라도 해법을 찾자며 머리를 맞대고 궁리를 하지만 발등의 불은 이미 빠르게 번지고 있다.

지방대학 사정이 이렇듯 어려운데 교육부는 헛다리만 짚고 있다. 이미 20여년전 해결 방향은 제시됐으나 이를 구체화하는 시도는 최근에서야 논의되고 있다. 대학을 책임지는 기관이지만 지방대학의 살길을 열어주기는커녕 가야할 길을 가리켜주는 것도 외면했다. 대신 잘못된 교육행정으로 지나치게 많아진 대학들을 벼랑으로 내몰아 저절로 정리되기만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대학들의 자체 구조조정은 편법을 낳는 등 효과보다 문제점이 많다는게 학교측 반응이다. 그럼에도 평가에 이은 칼바람은 올해 또 되풀이되고 있다.

대학으로서는 '살생부'나 다름없는 대학기본역량평가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충원율을 잣대로 삼는다는 점이다. 미래를 위한 역량이 아니라 지금의 상황을 따지다보니 개선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않아도 외국대학에 비해 크게 낮은 경쟁력이 문제인데 이를 도외시하는 것이다. 평가결과에 따라 재정지원을 차별화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평가 자체가 학과의 존폐와 연결되는 판에 돈줄까지 차단하면 문을 닫으란 얘기다. 결국 지금의 대학평가는 솎아내기 위한 절차일 뿐 대학의 생존력 강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학평가는 대학 스스로 살아날 길을 찾는데 방점이 찍혀야 한다. 마지못해 정원을 줄이고 기존 학과를 유지하는데 급급해서야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런 결과를 낳고 있는 지금의 방식은 땜질이나 다름없다. 대학 지정 남발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미봉책인 셈이다. 게다가 교육부가 이번에는 이같은 본질적인 문제를 뒤로 한채 코로나19 대응이라는 가시적인 성과에 매달리고 있다. 전문대학 올해 졸업생과 내년 졸업예정자 3만명에게 취업역량을 키우라며 자격증 취득·교육이수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한 것이다.

1인당 70만원이란 돈은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수 있다. 그렇지만 취업전선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은 이런 지원금보다 일자리가 늘어나길 더 원한다. 가능성이 큰 대학 몇 곳을 골라 역량강화를 집중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의지를 불태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돈으로 환심을 사는 것보다 낫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일회성에 그칠 수 밖에 없는 지원책으로 덮는다고 당면한 과제를 피할 수는 없다.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일회성·땜질식 정책을 버리고 대학을 위한, 미래를 위한 고민에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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