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충주시가 어려운 지역 농가를 돕기 위해 초당옥수수 할인 판매를 실시했다가 품질에 대한 논란으로 전국적인 망신살을 샀다. 농민들을 위해 추진한 이 행사는 일부 몰지각한 농민들로 인해 충주의 이미지만 크게 실추시켰다.

시는 지역 농가들이 재배한 초당옥수수가 이상 고온으로 과숙현상이 나타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데다 찰옥수수 출하와 시기까지 겹쳐 판로가 막히자 이들을 돕기 위해 지난달 초당옥수수 할인판매 행사를 실시했다. 온라인 농특산물 쇼핑몰 '충주씨샵'에서 실시한 특판 행사는 큰 인기를 끌어 불과 1시간 만에 1만4천 상자가 매진됐다.

이 초당옥수수는 지난해 과수화상병으로 과수원을 갈아엎은 농민들이 대체작물로 심은 옥수수다. 조길형 시장까지 직접 출연해 "속이 타들어가는 농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하며 판매에 나섰고 많은 소비자들이 기꺼이 착한 소비에 동참했다.

당시 60㏊, 200여t에 이르는 초당옥수수가 전량 폐기 위기를 맞았지만 시의 발빠른 특판 행사 마련으로 그나마 생산원가는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불과 며칠만에 '충주씨샵' 게시판에서는 초당옥수수를 구매한 소비자들의 항의 글이 빗발쳤다. 초당옥수수의 알이 비어 있고 바싹 마르거나 썩어있어 도저히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곰팡이가 피고 썩어서 냄새가 진동한다"는 글과 함께 '사료'와 '음식물쓰레기'라는 격한 표현까지 올라왔다. 소비자들의 불만과 함께 무려 4천 건이 넘는 환불 요청이 접수됐다.

품질 논란이 불거지자 충주시는 즉시 사과하고 불량 상품을 모두 환불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청정농산물을 적극 홍보해 온 충주는 씻기 힘든 이미지 타격을 받게 됐다. 농민들을 돕기 위해 추진한 착한 소비운동이 당사자인 농민들에 의해 체면만 구긴 행사가 됐다.

지난해 강원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코로나19로 농가의 어려움이 지속되자 강원도가 나서 감자 10㎏에 5천 원이라는 파격적인 할인가격으로 판매에 나섰다. 하지만 막상 배달된 상품은 소비자들이 먹기 힘들 정도로 썩어 있어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우리 사회는 농민들에게 지극히 관대한 편이다. 많은 국민들이 어려운 농촌의 현실에 대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사를 망친 농민들의 절박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사정이 딱하다는 이유로 양심을 속인 행위까지 용서받을 수는 없다.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이번 사태는 자신들의 어려움을 도와주기 위해 선의를 베풀은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배신한 행위다. 극히 이기적이고 몰지각한 몇몇 농민들로 인해 지역 전체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당사자들은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반성해야 한다. 시도 이들에게 강력히 경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신뢰를 쌓는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신뢰를 잃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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