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 전경 사진. / 충북도의회 제공
충북도의회 전경 사진. / 충북도의회 제공

충북도의회를 통과한 생활임금 조례안의 재의요구 여부를 놓고 고심하던 충북도가 결국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된 논란 확산이 도민화합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문제를 안고 있는 조례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서 위법소지가 있는 조항은 시행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어쩔 수 없이 시행을 하기는 하는데 처음부터 반쪽짜리라는 것을 못박은 셈이다. 이를 두고 애초부터 제기됐던 상위법 위반 지적이 되풀이 되는 등 도와 도의회에 대한 비난여론이 비등하다.

도가 밝혔듯이 이번 생활임금 조례의 위법소지는 분명하다. 심지어 조례를 만든 도의회도 이를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적법성 여부를 따지는 것 자체가 실익이 없고 다른 지자체와 비슷한 범위로 정하는 게 실효성 면에서 적절하다는 주장을 내세워 문제점에 대해 눈감았다. 같은 문제로 재의요구를 막판까지 고심한 충북도도 마찬가지다. 노동계의 목소리가 큰데다가 이를 받아들인 다른 지자체 상황을 감안해 부분적용이라는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더구나 논란거리를 애써 무시할 만큼 이 조례가 시급해 보이지도 않는다.

도의회의 무리수를 도에서 적당히 받아준 꼴인데 노동계 1만3천명의 주민청구라는 점을 빼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다. 결국 노동계에 대한 눈치보기가 이 사달의 원인이자 배경이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인 도의원들로서 노동계의 무게감은 실로 클 것이다. 그들의 거센 요구를 외면하는 것은 내년 선거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같은 처지를 아는 집행부가 이들의 입장을 나몰라라 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처리과정에서 실효성이란 단어가 유독 많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재의요구를 놓고 도의회와 충북도간에 신경전이 있었지만 이를 기관간 힘겨루기로 볼 일은 아니다. 물론 의회의 무리한 조례제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문제가 없도록 조치를 할 의무가 집행부에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양측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만들었어야 한다. 재의요구는 그래서 필요했다. 노동계외에도 조례와 직접 관련있는 경영계와 업계의 목소리도 더 들었어야 했다. 그래서 도의회는 물론 충북도 역시 이번 일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조례에서 정한 조건 셋 가운데 하나만 적용이 가능한 반쪽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안건이 버젓이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이는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애써 눈감거나 편법을 쓴다고 위법소지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조례제정이라는 활동의 의미와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릴 뿐이다. 다수의 눈치를 보느라 정도를 지키지 못한다면 법도 필요가 없다.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으면 그 어떤 잣대도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이번 일을 두고 상식이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가려는 이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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