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에서 발굴한 일제강점기 수형인명부. 25세 농어민이 1945년 1월 보안법 위반으로 8개월 징역형을 받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제공
서산시에서 발굴한 일제강점기 수형인명부. 25세 농어민이 1945년 1월 보안법 위반으로 8개월 징역형을 받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제공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이름 없이 사라진 충남의 숨은 독립운동가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원장 조한필)이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충남의 숨은 독립운동가 발굴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연구원은 충남 출신으로 독립운동 공적이 확인됨에도 불구하고 서훈받지 못한 독립운동가를 찾아내 서훈을 추진하는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예산, 서천, 부여 등 3개 군에서 346명의 숨은 독립운동가를 찾아낸 데 이어 올해는 서산, 천안에서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연구원은 현재까지 서산시 500여명, 천안시 400여명의 미서훈 독립운동가를 발굴했다. 이중 서산시 130여명, 천안시 120여명의 숨은 독립운동가에 대한 서훈신청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사업에서는 민종식 의병 부대에서 식량 운반을 담당해 10년 유배형을 받았거나, 만주로 건너가 한반도 무장공격 계획을 실행하다 5년 징역을 산 숨은 독립운동가를 찾아냈다.

연구원은 이 사업을 통해 새로운 독립운동 관련, 새로운 자료를 찾아내는 큰 수확을 얻기도 했다. 지난해는 예산군 기록관에 보관되어 있는 일제강점기 수형인명부를 발견해냈다. 예산의 3.1운동 참여자들이 모두 세상 밖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이와 같이 시군의 읍면에 소장돼 있는 수형인명부나 폐기인명부 등 독립운동과 관련된 지역 사료들이 발굴되는 계기가 됐다. 또 연구원은 지역 주민들의 구술 채록을 병행해 문헌자료의 한계를 극복하는 노력을 펴고 있다.

연구원은 찾은 독립운동가의 서훈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예산에서 140명을 발굴하고 이 중 87명에 대해서는 공적조서를 작성했다. 제적등본이 확인된 40명에 대해선 서훈까지 신청해 30명이 최종 심사 대상에 올랐다. 부여에서는 163명을 찾아 92명에 대해, 서천에서는 43명 중 21명에 대해 공적조서 작성을 마쳤다.

사업을 담당하는 정을경 책임연구원은 "숨은 독립운동가 발굴사업은 연구사업이 보훈사업에 직접 연결되는 사업으로, 시군이나 후손은 하기 어려운 작업이라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충남의 많은 시군이 관심을 갖고 함께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의 숨은 독립운동가 발굴 사업은 지난해 충남도정을 빛낸 10대 시책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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