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박성진 교육부장

'모든 국민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이다. 이를 근거로 변호인은 '법정에서 피고인을 변호해 진술할 수 있는 권리'인 변론권(辯論權)을 갖는다. 흉악범이나 파렴치범도 법률에 명시된 적법 절차에 따라 수사와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방어권을 행사할 권리도 있다.

최근 충북 청주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의붓아버지로부터 학대와 성범죄 피해를 당한 여중생이 친구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가해자로 지목돼 재판에 회부된 의붓아버지는 법정에서 성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사건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변론권 침해 논란이 빚어진 것이다. 유족 측이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을 면담해 의붓아버지가 선임한 변호사의 민간위원회 활동을 제약해달라고 요구했다. 변호사가 활동하는 충북도교육청과 청주교육지원청 산하 위원회 위원 해촉을 요구한 것이다.

충북도교육청은 특정 사건을 수임했다는 이유로 변호사의 일방적인 해촉은 불가하고, 자진해 그만두는 방법 뿐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충북도교원단체총연합회가 성명을 내 중학생인 의붓딸과 그의 친구에게 성범죄를 저질러 두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피고인의 변호를 맡은 충북도교육청 산하기구 민간위원 변호사는 위원직을 스스로 내려놓으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학생의 행복한 학교생활 보장과 교권보호를 고려하는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학생 성폭력 관련 피의자 변호를 맡고 나선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도의적으로 적당한 처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교육 관련 이슈를 다루는 충북교총이 주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은 고려하지 못해 못내 아쉽다.

아무리 흉악무도한 범죄자라고 해도 헌법이 보장한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변호사가 특정 사건을 수임했다는 이유로 공익활동에서 물러나라고 압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사회적 분노의 대상이 된 사람을 변론한다는 이유로 공격하는 것은 변론권 침해다. 변호사로서는 충분히 압박으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박성진 사회부장
박성진 교육부장

변론권 침해는 단순히 피의자(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의 방해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도 이어질 위험이 있다. 변호인이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사건을 가려서 수임한다면 이는 국민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받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 것이다. 변호사 윤리규약에도 변호사는 사건 내용이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변호를 거절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선별적 변론은 변호사협회의 징계 사유에도 해당된다. 이번 논란을 국민의 기본권과 연결되는 변론권을 제대로 정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