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희진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남아프리카의 한 영화감독이 우연히 바닷 다시마 숲에서 문어 한 마리를 만나게 되고, 그 문어와 1년가량 교감을 나누게 된다. 이 작품은 최근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한 '나의 문어 선생님'이라는 영화이다. 영화를 연출한 피파 에를리히는 수상 소감에서 "이 영화는 아프리카 끝에 있는 바다 숲에서 일어난 소소한 개인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좀 더 보편적인 차원에서 인간과 자연사의 다른 관계를 엿볼 수 있기를 바랐다"라고 말했다.

'나의 문어 선생님'의 암컷 문어는 매일 찾아오는 영화감독이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는 판단이 선 듯 어느 날 다리를 쭉 뻗어 그의 손을 감싼다. 그의 손에 올라오기도 하고, 빨판을 이용해 몸을 만져보고, 가슴팍에 쏙 안기기도 한다. 문어는 높은 지능뿐 아니라 감정을 지닌 동물이라고 한다. 불면증에 걸렸던 영화감독은 이렇게 매일 바다에 들어가 문어와 정서적 교감을 나누며 깊은 위안을 얻게 된다.

어느 날, 문어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포식자 파자마 상어가 나타난 것이다. 그 순간 감독은 파자마 상어를 쫓아내 문어를 구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자연 생태계의 질서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켜만 보았다. 결국 문어는 다리 하나를 잃긴 했지만 스스로 상처를 돌보았고 마침내 잘려 나간 부위에 새 살이 돋아났다.

문어와 교감을 나누는 것이 가능하구나 하는 놀라움이 든 동시에 연출자 피파 에를 리히의 아카데미 수상 소감을 이해하게 되었다. 인간과 자연사의 관계란 바로 있는 그대로, 원래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도록 적정선을 지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 파괴로 인한 문제가 기정사실이고 어쩌면 커다란 환경 재앙이 닥칠지도 모르는 세계에 살고 있다. 환경 파괴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으며,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인간을 포함해 모든 동식물이 살아가는 자연환경은 변화에 스스로 대처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즉 자정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자정능력에 의해 해결될 수 없을 정도로 오염이 심각해지면 스스로의 해결은 기대할 수 없다.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데에는 훼손에 걸리는 시간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경비가 수반된다.

박희진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박희진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나의 문어 선생님'의 영화감독처럼 문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충만하지만 생태계의 질서대로 둔 것처럼 우리도 자연의 선을 지켜주면 어떨까?

자연이 자연의 생태계로 흘러갈 수 있게, 자정능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말이다. 문어의 잘렸던 다리가 다시 생겨난 것처럼 지금은 잃어버린 맑은 공기, 한없이 맑은 바다가 언젠가 우리를 찾아와 웃으며 반겨주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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