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계부 성폭행 사건' 피해자 유족, 22일 전문 공개
"이래도 계부 무죄 주장할텐가, 내 딸과 의붓딸 2차 가해 중단하라"

청주 계부 성폭행 사건 피해자 유족들이 22일 청주 성안길에서 계부의 범죄사실 등이 언급된 유서를 공개하고 있다. /김명년
청주 계부 성폭행 사건 피해자 유족들이 22일 청주 성안길에서 계부의 범죄사실 등이 언급된 유서를 공개하고 있다. /김명년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아빠가 하늘로 쓴 편지에 죽은 딸이 응답했다. 딸은 그간 발견되지 않았던 자신의 유서를 아빠의 손에 쥐어주면서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청주 계부 성폭행 사건' 피해 여중생 유족은 22일 청주시 상당구 성안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딸이 투신 직전 작성한 유서를 공개했다. 딸은 유서에 성폭행을 저지른 계부가 벌을 받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유서가 발견된 것은 딸이 숨진 지 101일째 되는 날이다. 그간 마음이 아파 딸의 방문도 못 열었던 유족들은 청주시민들과 함께 한 100일 추모제 이후 용기를 냈다. 유족들은 지난 20일 딸의 방 유품을 정리하던 중 책상에 놓인 물품 속에서 유서 2장을 발견했다.

피해 여중생이 직접 쓴 유서. /중부매일
피해 여중생이 직접 쓴 유서. /중부매일
피해 여중생이 직접 쓴 유서. /중부매일
피해 여중생이 직접 쓴 유서. /중부매일

'사랑하는 부모님께'로 시작한 유서에는 '나 너무 아파 어쩔 수가 없었어요. 나 1월달에 있었던 안 좋은 일 꼭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 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하잖아. 그치? 나 그날만 생각하면 손이 막 엄청 떨리고 심장이 두근대'라며 자신이 죽더라도 계부가 꼭 처벌받았으면 하는 바람을 적었다. 또 '나는 그만 아프고 싶어서 혼자 이기적이여서 미안합니다. 불효녀가 되고 싶진 않았는데 미안해요 알지?'라며 성폭행 사건으로 고통스러웠던 그간의 심정을 표현했다. 유서 마지막에는 '예쁜 막내가 인사말이 길었네. 안녕히. 조용히 살고 싶어요 너무 아팠어 나'라고 썼다.

청주 계부 성폭행 사건 피해자 유족(의붓딸 친구의 부모)이 22일 청주 성안길에서 계부의 범죄사실 등이 언급된 유서를 공개하고 있다. /김명년
청주 계부 성폭행 사건 피해자 유족(의붓딸 친구의 부모)이 22일 청주 성안길에서 계부의 범죄사실 등이 언급된 유서를 공개하고 있다. /김명년

유족들은 "술은 먹였지만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계부와 그의 변호인은 진정 사람이냐"며 "피해자가 죽었단 이유로, 더 나올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 죽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아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이제라도 내 딸과 의붓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죄를 인정하고, 무릎 꿇고 사죄하길 바란다"고 했다.

계부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강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제추행),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등 6개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23일 청주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아동학대(의붓딸에게 술을 먹인 행위)만 인정하고, 성범죄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했다.

청주 계부 성폭행 사건 피해자 유족(의붓딸 친구의 부모)이 22일 청주 성안길에서 계부의 범죄사실 등이 언급된 유서를 공개하고 있다. /김명년
청주 계부 성폭행 사건 피해자 유족(의붓딸 친구의 부모)이 22일 청주 성안길에서 계부의 범죄사실 등이 언급된 유서를 공개하고 있다. /김명년

유족들을 돕고 있는 김석민 충북지방법무사회 회장은 "오는 9월 30일까지 청주 계부 성폭행 사건의 철저한 수사와 정의로운 재판, 아동·청소년 성폭력 재발방지를 위한 법률개정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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