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마는 역대급으로 짧았고 강수량 또한 적었다. 언제 왔다가 갔는지도 모를 정도였지만 남부지방 등에 집중호우로 적지않은 피해를 준 특이한 양상을 보였다. 게다가 곧바로 시작된 폭염으로 유래없이 뜨거운 7월을 기록하면서 짧은 장마에 대한 기억이 더 또렷해졌다. 이처럼 최근의 기상 상황은 이변이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일상적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구온난화로 불리던 기후 변화가 환경문제와 맞물려 위력을 커지면서 이제는 기상재해가 되고 있다. 지금 예고되는 가뭄 위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여름철 가뭄은 예전부터 종종 있어던 터라 그리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일기예보에서 장마전선이라는 단어보다 게릴라성 집중호우라는 말이 더 많아진 뒤로는 가뭄보다는 폭우가 더 걱정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올 여름 가뭄이 예사롭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앞으로 석달간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가을에도 메마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일부 저수지 수량이 벌써 급격히 줄어들고, 보령댐 저수율은 바닥이다. 이번 가을장마도 예보와 달리 충청권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할 듯 싶다.

가뭄과 관련된 시설 가운데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 상황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충북, 강원, 경북 등 백두대간을 끼고 있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위기가 시작됐다. 전국적으로 저수율이 58%가 안된다. 특히 가뭄이 심한 충남의 경우 43.1%로 전국 최하위다. 예년 이맘때의 64% 수준으로 지금 땅이 얼마나 가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따라 충남에는 가뭄경보 4단계중 3단계인 경계경보가 내려졌다. 충북에서도 진천군 등 일부에서 예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저수율을 기록하는 등 경고신호가 켜진 상태다.

농업용수는 관개시설로 어느정도 부족분을 채우는 게 가능하지만 생활용수와 직결된 댐은 사정이 다르다. 대규모 간척지와 연결된 보령댐 등은 염해(鹽害)까지 이어지는 만큼 피해가 더 크다. 게다가 이곳은 매년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개선은 하세월이다.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일부는 진행중이지만 비상시 금강물의 유입 외에는 대책이 없다. 이번에도 저수율 27%가 무너지자 도수로를 여는 긴급처방에 들어갔으나 물이용분담금 등의 문제가 남는다. 이제 거의 매년 반복되다보니 근본적 해결이 하루가 급하다.

보령댐 문제를 특정지역만의 일로 봐서는 안된다. 지금의 추세로 가뭄이 계속되면 머지않아 충청권 등 전국 곳곳에서 물 부족 사태가 터질 수 밖에 없다. 수도꼭지만 틀면 쏟아지는 수돗물이 끊길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가뭄때마다 소방차로 식수를 받는 지역이 줄어들고 있지만 나라 전체에 가뭄이 들면 가져올 곳도 없다. 지금부터라도 절수(節水) 등 생활속 대책을 실천해야 한다. 실제 그런 상황이 안 오더라도 마음의 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피할수 없는 재해도 예상과 대비를 제대로 한다면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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