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20일 오전 고향인 충북 음성군의 음성읍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지역 원로, 사회단체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20일 오전 고향인 충북 음성군의 음성읍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지역 원로, 사회단체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할 것 없이 대통령선거(大選) 주자들의 거침없는 행보에 정치판이 뜨겁다. 정당별로 대선후보를 고르기 위한 예선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대선판에 공식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적을 가지지 않은 대표적인 잠룡(潛龍)으로 꼽히는 김 전부총리는 충북 음성출신이다. 충청권이란 지역연고를 무시하거나 외면할 수 없는 게 정치판이다. 하물며 전국에서 다투는 대선정국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우리가 김 전부총리의 행보를 주목하는 까닭은 따로 있다. 정치교체가 바로 그것이다.

사실 우리 정치권에 정치교체라는 주장이 등장한게 꽤 오래전이어서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을 정도다. 그럼에도 김 전부총리의 그것이 새로운 것은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정치세력과는 분명하게 선을 긋고 다른 정치를 실현해보겠다는 출발선부터가 새롭다. 물론 과거에도 비슷한 기치를 내걸고 변혁을 시도한 이들이 있다. 한때 큰 반향을 얻으며 주목받았던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그들의 출발선은 기존 구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중앙, 일방, 하향식, 독선(獨善)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이같은 방식으로는 정치교체에 대한 의지나 지지가 아무리 높아도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다. 지금까지의 우리 정치사가 이를 말해준다. 그런 까닭에 이제는 중앙중심이 아닌 지방과 함께, 일방적 하달 대신 쌍방간 협의를 통한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를 필요로 한다. 김 전부총리가 밝힌 정치교체는 이같은 변화의 욕구를 바탕으로 한다. 양당 정치가 빚어낸 편가르기를 종식시키겠다는 것도 이런 잘못된 구조를 깨는 것이다. 거듭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정치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식지 않는 것도 같은 까닭이다.

우리 정치가 제역할을 하고, 국민 속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이런 시대적 요구가 실현돼야 한다. 정치세력을 교체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팔이 안으로 굽듯이 충청인이라서 유리한 잣대와 더 후한 평가를 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교체의 필요성과 그에 대한 욕구는 지난 6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에서도 확인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보였던 위기의식은 여권의 바닥기류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말해준다. 게다가 양당의 대선주자들은 당이란 틀에 갇혀 의지와 무관하게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김 전부총리는 대선출마선언을 음성읍 행정복지센터에서 가졌다. 고향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공직 초임지라는 의미를 내세웠다. 여기에는 자신이 강조한 지방에서의 상향식 정치구조에 대한 상징성도 담겨있다. 또한 충청권대망론이란 지역의 오래된 주문에 대해 그 취지를 지역주의를 넘어선 통합으로 풀어냈다. 이런 자세들은 향후 행로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다. 정치교체에 대한 그의 일성이 힘을 얻으려면 대권행보의 출발을 시골 최일선 행정기관에서 한 초심을 잃지 않아야만 한다. 정치실험에 대한 그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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