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선거라는 최고의 정치권 행사마저 얼어붙게 만든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강행 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 모두가 잠든 새벽시간에 여당 단독으로 국회 상임위인 법사위를 통과시킨데 이어 본회의도 힘으로 처리할 기세다. 당일 본회의 상정을 제한하는 국회법에 따라 일단 최종처리는 미뤄졌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강행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수많은 언론기관·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압도적인 국회 의석을 내세워 야당의 저항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다.

이 개정안이 언론중재법이란 이름 대신 언론재갈법으로 불리는 까닭은 분명하다. 언론에 불공평하고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언론 자유를 억압해 재갈을 물리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력의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다. 민주주의라는 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는 일본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데도 소 귀에 경 읽기다. 게다가 '고의나 중과실'이란 잣대는 이 개정안이 얼마나 부실한 지를 보여준다.

이같은 문제점에도 여당의 일방적 졸속 추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여당의 막무가내식 태도에 친여권 세력들도 비판과 지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심지어 현 정부의 지지기반인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나 자유언론 투쟁을 벌였던 원로 언론인 모임 등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여당이 개정안 추진의 명분으로 밝힌 언론개혁에 반하는 졸속추진이라는 것이다. '국민의 공감대 확보를 위해 숨을 고르라', '정치적 편의를 위해 제대로 심의도 거치지 않은 채'라는 지적을 여당은 무겁게 받아들여야만 한다.

졸속 추진이라는 과정 보다 더 큰 문제는 법안 자체의 위헌성이다. 개정안의 핵심인 징벌적 손해배상은 헌법적 가치에 배치되는 위헌(違憲) 소지가 다분하다. 사회 제 분야 가운데 언론에만 이런 부담을 지우는 것은 어떤 이유여도 불가하다. 언론의 견제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당이 말하는 가짜뉴스 근절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과는 무관하다. 가짜뉴스가 주로 생산·유통되는 경로를 놔두고 언론사를 닦달하는 것은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 차단이 목적이라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강행처리 의지를 굽히지 않는 여당 지도부와 달리 당내의 반대 주장 또한 상당하다. '오만과 독선의 프레임 부활', '언론의 감시 역량 훼손', '자충수', '열린우리당의 108번뇌 재현' 등 높은 언급 수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섶을 지고 불구덩이 뛰어드는' 꼴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위헌이라는 지적도 아랑곳 않고, 민주주의 근간 훼손이라는 경고에도 귀를 닫는다면 제 발등을 찍을 뿐이다. 언론재갈법 강행처리에 대한 책임은 언젠가 누군가 반드시 져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진정 그 책임을 감수할 자신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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