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유산 미디어 아트쇼 '속리산 법주사 빛의 향연'이 오는 30일부터 한 달 동안 법주사 일원에서 펼쳐진다./ 보은군 제공
법주사 관련 자료사진. 

고즈넉한 산사(山寺)의 밤이 화려한 조명속에 신비로운 볼거리를 선보이며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거듭난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했듯이 이 아름다움을 전하기에는 아무리 장황한 설명도 부족할 따름이다. 천년고찰 속리산 법주사에서 지난 29일까지 한달간 진행된 미디어파사드쇼가 바로 그것이다. 특정한 건물외벽에 입체영상을 쏘아 창조적인 볼거리를 만들어내는 미디어아트가 미디어파사드다. 법주사에서는 팔상전 등을 중심으로 오리숲길까지 빛의 향연으로 꾸민 세계유산 미디어아트쇼의 하나로 진행됐다.

속리산 법주사는 지난 2018년 우리나라의 13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산사' 7곳 중 하나다. 인류문명의 정수(精髓)라고 할 수 있는 세계문화유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고찰(古刹)이다. 이처럼 자랑스러운 문화재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실감 콘텐츠를 창출하는 작업이 한여름밤을 수놓은 것이다.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디지털 유산(Heritage)으로 구축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이는 당장의 성과보다는 미래의 가치를 크게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만큼 길게 봐야만 한다.

기존의 문화재 관람은 대부분 실물을 둘러보고 살펴보는 것에서 그쳤다. 한번 발걸음한 문화재에 다시 눈길을 줄 일도 없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로 영상을 입히면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 전달이 이뤄진다. 화려한 시청각 자극은 새로운 접근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준다. 외형적 포장을 넘어 내재된 가치를 끄집어 낼 수도 있다. 지금 보여지는 모습에 머물지 않고 변화와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올해 처음 이뤄져 이제 첫 걸음을 뗀 마당에 지나친 욕심일 수 있지만 도전할 만한 가치와 가능성은 충분하다.

세계유산에 대한 빛의 향연은 올해 처음 이뤄졌다. 지난해 정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전국 5곳에서만 열린다. 그 가운데 첫 번째로 진행된 곳이 법주사다. 충남 부여군 정림사지, 전북 익산시 미륵사지 등에서 이어지고, 수원화성과 공주시에서 9~10월 개최될 예정이다. 대상지 하나하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들이다. 같은 사업이라는 점에서 이들과의 비교 평가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강화와 늦장마 등 법주사는 불리한 상황이었다. 관람객 수도 기대에 못미친다.

하지만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11월말까지 시간이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백신접종에 따라 추석이후 완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입소문이 날 때쯤부터 빗줄기가 그치지 않았으니 홍보가 제대로 됐을리 없다. 게다가 관람객들은 호평 일색이다. 미디어파사드 자체는 나무랄데가 없다는 반응이다. 사전예약이 시작되자마자 입장권이 매진된 것도 고무적이다. 큰 기대를 어느정도 만족시켰다면 성공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법주사와 문화재의 가치를 더 높이고, 더 많이 알릴 수 있다. 법주사에서의 빛의 향연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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