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 우암산 명품 둘레길 조성 사업 조감도. /중부매일DB
청주 우암산 명품 둘레길 조성 사업 조감도. /중부매일DB

청주의 진산(鎭山)인 우암산을 청주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우암산둘레길 조성이 본 궤도에 오르게 됐다. 78억원 규모의 사업비가 청주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추진을 위한 절차가 마무리됐다. 앞서 해당 상임위와 예산결산위원회를 거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던 탓에 최종적으로 방망이가 두드려지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본회의에서도 찬반 표대결이 이뤄지는 등 마지막까지 시끄러웠다. 의회 밖도 마찬가지로 사업 대상지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우암산 둘레길 조성은 현 우암산 순회도로의 한쪽 차로를 없애고 걷기길과 쉼터를 만드는 사업이다. 지난 2011년 한차례 제기됐으나 무산됐고 지난해부터 다시 추진되고 있다. 이후 차량통행을 완전히 막아 온전한 도심 숲길을 꾸미겠다는 게 청주시의 생각이다. 주민 편의와 환경면에서 박수받을 일이지만 이 도로를 많이 이용하는 이들로서는 불만일 수 밖에 없다. 통행량이 더 많았던 예전에는 이런 까닭에 사업이 무산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의 요구가 분명해졌다. 주민들의 의견도 찬성이 압도적이다.

문제는 이같은 여론을 등에 업고 먼저 치고나선 게 충북도였다는 점이다. 이번 사업비의 75%를 도비에서 지원하는 것에 이런 연유가 있다.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청주시는 뒤늦게 뛰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추진이 매끄럽지 못했고 청주시가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면서 주변지역 여론 환기 등 사전작업이 미진했다. 시민전체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주변인들 입장을 제대로 귀에 담지 못했다. 처음부터 여기에 귀 기울였다면 반대의사가 바뀌지는 않았어도 그 수위와 표현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이처럼 처음부터 허술함을 무릅쓰고 진행하다 반발에 직면하게 됐고 국민의힘도 공개적으로 반대전선을 구축했다. 사업의 타당성 면에서도, 지역여론을 따져도 국민의힘이 대놓고 반대하기 어려운 사안이었지만 일이 꼬여버린 것이다. 더구나 사업 제반여건의 밑그림이 그려졌다면 결단력을 갖고 과감하게 추진했어야 했는데 청주시는 도무지 속도를 내지 않았다. 주민들의 반대의견에도 강행된 이전의 몇몇 다른 사업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시의회 처리도 마냥 미루다 느닷없이 총력을 기울인 모양새여서 영 껄끄럽다.

사업의 알맹이를 살펴보고 그에 맞는 잣대로 평가해야 검증이 제대로 된다. 주민들이 시의회에 바라는 것도 이런 모습일 것이다. 내용을 뒤로 한 채 일부의 절차적 문제만을 물고늘어지는 자세는 결코 합리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의회 통과를 밀어붙인 더불어민주당은 더 문제다. 잘못은 고치고 부족한 것은 채우면서 논란이 된 부분을 이해시키는 게 의회가 할 일이다. 군사작전하듯이 당론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급작스럽게 처리할 일이 아닌 것이다. 청주시도, 청주시의회도 잘못 끼운 첫 단추부터 찾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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