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얼마 전 충청권의 4개 지자체는 대덕연구개발특구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충청권 인공지능(AI)·메타버스 신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핵심기술을 연구?개발하고 각 지자체에서 실증·확산해 나가는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충청권 메가시티 구상을 실현할 대담한 도전이다.

정부 정책 흐름과도 일맥상통한다. 지난해 12월 초에는 관련 부처 합동으로 가상융합기술(XR)을 활용해 새로운 경험과 경제가치 창출을 선도해 나갈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이 발표됐다. 올해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 뉴딜 2.0의 주요 정책 방향에서 초연결 신산업 육성의 키워드로 메타버스, 블록체인, 클라우드를 꼽았다.

작년 10월 엔비디아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젠슨 황은 '미래 20년은 공상과학영화(SF)에서 보던 일이 벌어질 것이다. 메타버스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The Metaverse is coming)'라고 하면서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를 예고했다. 메타버스는 '인터넷(웹)의 다음 버전', '일종의 소우주가 될 것'이라는 언급도 등장했다.

현재 메타버스가 대세다. 메타버스 산업의 성장세가 부각되자 재테크 시장에서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2018)은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데 한몫했다. 영화 속 '오아시스'라는 2045년 배경의 가상 세계가 불과 4년 만에 현실이 되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은 확대일로다. 한 글로벌 통계 전문업체는 2025년에 2천969억 달러(약 342조여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마케팅 에이전시인 PMX는 2025년까지 세계 명품시장 고객의 45% 이상을 MZ세대가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0만 명으로 추정되는 플랫폼 로블록스 내 게임, 디자인 개발자 중 6분의 1은 이 게임 내에서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로블록스 세계 안에서 5000만 개의 게임이 제작됐으며 100만 번 이상 플레이된 블록버스터도 탄생했다.

1992년 미국의 SF 소설가 닐 스티븐슨의 '스노 크래시'(Snow Crash)란 작품에서 처음 사용됐던 메타버스가 최근 급부상한 계기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온라인(비대면)화' 영향, MZ세대의 '멀티 페르소나(부캐릭터)', '자아실현'에 대한 흥미와 열광 등이 거론된다.

그래서 메타버스는 10대 혹은 게임 산업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아직 강하다. 메타버스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과 혼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메타버스는 그보다 훨씬 큰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인프라(5G, 6G, 클라우드 등), 하드웨어(VR HMD, AR 글래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소프트웨어?콘텐츠(개발 엔진, 시각 특수효과, 디지털 트윈 등), 플랫폼(제페토,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등)으로 구성된 IT 기술들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관련 기술의 발전에 따라 펼쳐질 무한한 확장 가능성이다. 이에 따라 돈 쓰는 곳에서 돈 버는 공간으로 관점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메타버스가 상상을 현실로 바꾸고 있는 만큼 새로운 환경에 맞는 지역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 특히 취업 문제로 힘든 젊은이들에게 신박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N잡러'도 가능하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위대한 성취에는 로드맵이 없다. X레이, 페니실린 등은 획기적인 발견이지만 어떤 목적을 갖고 시작한 결과물은 아니었다. '호모 데우스(HOMO DEUS)'의 저자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는 '인류의 미래는 결국 인간 자신의 선택 여하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또 하나의, 상상의 신세계가 열리고 있다. 디지털 신대륙은 기존 문명과 확연히 다를 것이다. 충북의 신대륙을 찾아서 출발해야 할 시점이 목전에 다가왔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