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박성진 교육부장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은 악법(惡法)이다. 사회에 해를 끼치는 나쁜 법규나 제도로 악용될 것이 확실하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무조건적으로 입법을 강행하면서 악법은 그럴싸한 법 체계를 갖춰 언론을 지배할 게 뻔하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불합리한 법이라도 법 체계를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악법은 존재해서는 안된다. 악법은 형식적으로는 법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가면 속에 숨어 군림한다. 겉으로는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지만 가면 속에 감춰진 얼굴은 추악하기 그지없다. 악법은 반드시 어느 한 쪽은 이익을 얻고, 다른 쪽은 손해를 보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위헌적 요소가 다분한 언론중재법은 권력자에게는 '천사'로, 사회감시자에게는 '악마'로 다가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언론중재법은 잉태되면 안 된다. 아무리 입법이 국회의 고유 권한이라고 해도 민주주의 후퇴와 언론자유를 말살할 가능성이 농후한 언론중재법은 갈기갈기 찢어 휴지통에 쳐넣어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없는 입법은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일 뿐이다.

우리 사회에 언론으로 인해 피해자가 적지않게 발생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비판이 숙명인 언론이 취재과정에서의 오류 탓으로 오보(誤報) 등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인생을 망친 피해자들이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언론이 이런 피해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과 철저한 반성을 해왔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존재 자체만으로도 언론을 한없이 옥쥘 수 있는 언론중재법이 악법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건 건강한 사회를 위한 언론의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알권리 제공, 권력 감시 등 교과서에 나오는 언론의 책무를 구구절절히 떠들지 않아도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언론은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언론중재법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언론의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신설, 열람차단청구권(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보도나 반론보도 결정을 받기 전에 미리 차단 조처를 하는 제도) 신설 등은 과잉 입법의 명백한 증거다. 언론중재법 찬성자들은 가짜 뉴스와 악의적 조작보도를 겨냥한다고 한다. 하지만 순서와 방향이 잘못됐다.

박성진 사회부장
 박성진 교육부장

가짜 뉴스 등을 반복적으로 생산해 악의적이고 반복적으로 명예훼손을 일삼는 유튜버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게 먼저다. 그저 구독자를 늘리는 수법으로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만 혈안이 된 유튜버들의 악성 방송을 차단할 수 있는 단속법이 절실하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유튜버들을 법적 테두리 안으로 끌어온 뒤 언론중재법을 원점에서 재논의해도 늦지 않는다. '유튜버 단속법'이 '언론중재법'보다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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