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자 "뒷문 있으니 CCTV 확인을"… 경찰 "뭐, 그건 별개라…"

(왼쪽부터) 지난 8월 18일 오전 1시 13분께 불법영업을 하던 유흥업소 직원과 손님들이 비밀통로가 연결된 숙박업소로 올라오고 있다. 단속에 나선 경찰이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경찰이 아무런 제지 없이 돌아가자 유흥업소 손님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환하게 웃고 있다. /중부매일
(왼쪽부터) 지난 8월 18일 오전 1시 13분께 불법영업을 하던 유흥업소 직원과 손님들이 비밀통로가 연결된 숙박업소로 올라오고 있다. 단속에 나선 경찰이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경찰이 아무런 제지 없이 돌아가자 유흥업소 손님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환하게 웃고 있다. /중부매일

[중부매일 박건영 기자] 속보= "여기 비밀통로가 있으니까, 경찰분들 배치하셔야 될 것 같아요." <9월 9일자 1면 보도>

지난 8월 18일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업소 단속에 나선 경찰은 신고자의 간절한 외침을 외면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는 업주와 손님 등의 도주경로를 미리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업주와의 유착 또는 직무유기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중부매일이 단독 입수한 복대지구대 경찰과 불법영업 최초 신고자 A씨의 통화 녹취록 3개를 살펴보면 이 같은 정황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이날 밤 12시 18분께 진행된 A씨와 복대지구대의 첫 통화에서 경찰은 "유흥업소가 문이 잠겨있다"며 "다음에 더 확실하다 싶으면 강제개방 하고, 오늘은 미 단속 보고로 종결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A씨가 "아가씨들 들락날락 하는데 단속 안하는 건 좀 그렇다"며 "(문 강제) 개방 후 단속하고, 내부 CCTV도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A경찰관은 "CCTV 같은 거는 별개로 확인해야 한다"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후 전화를 끊었다.

두 번째 통화에서 A씨는 "유흥업소와 숙박업소를 이어주는 뒷문이 있다"며 경찰에 비밀통로의 존재를 알렸다. 이에 경찰은 "알겠다"고 답하고 전화를 다시 끊었다.

답답함을 느낀 A씨는 두 번째 통화 이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을 직접 만나 "이곳이 유흥업소와 연결 돼 있고 도망가면 이쪽으로 나올 수 있으니 앞에 있다가 잡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들은 체 만 체 반응한 경찰은 비밀통로 쪽에 인원을 배치하지 않고 내부진입을 시도했다.

결국 경찰이 유흥업소에 진입하는 순간 내부에 남아있던 업주와 손님 2명, 접대여성 2명은 비밀통로로 빠져나왔다.

기가 막힌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A씨에 따르면 비밀통로를 통해 숙박업소로 도주한 손님 2명은 완전범죄를 위해 로비 직원에게 "우리 좀 숨겨 달라, 방 좀 빨리 잡아 달라"고 말했다. 이에 한 발 늦게 따라 들어온 Q경찰관은 "뭘 빨리 잡아줘요"라는 질문만 던지고 다시 나갔다.

이러한 모습은 중부매일이 입수한 당시 영상을 대조해보면 확인된다. Q경찰관은 비밀통로를 통해 사람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숙박업소로 들어섰다. 이후 그들과 4초 정도 대화를 나눴다.

유흥업소 불법영업 방관에 성공한 경찰은 사건 종결을 위해 같은 날 오전 1시 15분께 A씨와 3번째 통화를 시도한다. 경찰은 A씨에게 "여기 보시고 계시는 거에요?"라고 물은 후 "내부 들어갔는데 아무것도 없었어요"라고 설명했다. 황당한 A씨는 "뒷문으로 나온다고 말씀드렸자나요"라고 화를 내자 "내부 수색하는데 그 사이 도망간 모양이죠?"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곤 "다음에 또 그런 사항 있을 때 신고 달라"며 통화를 종료했다.

경찰은 당시 신고를 '영업 흔적이 없고, 손님이 없었기 때문에 불법영업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A씨는 "유착이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민원을 제기, 청주지검에 진정이 제출된 상태다.

홍광열 복대지구대장은 "업소 문이 잠겨있어 강제개방을 통한 단속을 위해 흥덕구청 직원을 기다리느라 신속한 단속을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유착 의혹과 관련해 복대지구대 직원들이 업주로부터 어떠한 대가를 받거나 단속에 편의를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신고자와 복대지구대 경찰관 녹취록 전문


1. 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경찰관과 통화 (00:00~ 2:28)

신고자 - 여보세요

경찰관 - 네 여기 경찰관이에요. 우리 주변 상황을 보니까 다 걸어 잠그고 있단 말이에요. 안으로 지금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강제개방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그건데. 구청에서는 다른데 단속을 하고 있대요. 구청이랑 같이 협동으로 해야되는데. 마냥 기다리는 중인데. 우리가 우선은 좀 기다렸다가 강제개방 검토하는 경우도 있고. 오늘은 종합적인 정황. 이거만 파악하고 내부적으로 미단속 보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참고하는 식. 전력이 있으니 다음에 더 확실하다 싶으면 강제개방 하는 수가 있어요. 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하니까 미단속 보고로 종결지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신고자 - 그래도 거기 아가씨들 하고 들락날락하는데 단속 안하는건 좀 그런데

경찰관 - 지금 뭐 어떻게 뭐 문 뭐 

신고자 - 구청 오셔가지고 개방하는게, 개방 후에 단속하는게 이뤄지는게 맞지 않을까요

경찰관 - 글쌔요 우리가 직접 목격한 거는 없고

신고자 - 모텔 안에 CCTV도 다 있던데 보니까 

경찰관 - CCTV같은거는 뭐 별개로 확인을 해야되는 거고요 일단 이 안에가 영업을 하고 있는지

신고자 - 시간에 사람이 그게 끝이에요 아까 남자 몇팀하고 여자들 들어가는걸 봤으니까 

경찰관 - 몇시쯤이었어요 

신고자 - 그때가 한 11시 아니 12시 됐어요 

경찰관 - 그때보고서 신고하신거네요 음... 그래요 알겠어요 구청 다시한번 우리가 협조한번 요청해볼게요.

 

2.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경찰관(여경)과 통화 (2:29 ~ 3:26)

경찰관 - 네 선생님 경찰관인데요. 여기 근처에 계신건가요.

신고자 - 네

경찰관 - 저희 지금 구청에 연락해서 같이 들어가보던가 할건데 지금 저희가 와서 그런지 문을 다 잠궜더라고요. 일단 저희가 구청에 통보하도록 하겠습니다.

신고자 - 흰색옷에 검정색 바지가 사장 같은데 알림이 알려준거 같아요. 경찰 떴다고. 일단 안에 있는거 같아요.

경찰관 - 네 저희도 얘기 들어가지고

신고자 - 네 그리고 모텔 입구에 경찰분들 배치하셔야 될 것 같아요. 그쪽으로 도망 갈수, 뛰쳐나오니까. 

경찰관 - 알겠습니다.

신고자 - 문이 그쪽하고 지하가 끝일거예요. 아마

경찰관 - 이 두군데 말씀하시는거죠. 이 앞이랑 이 옆에 

신고자 - 네 모텔 안에 

경찰관 - 네 알겠습니다

 

3. 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경찰관과 두 번째 통화 (3:27~4:15)

경찰관 - 예 여기어디 보시는거에요?

신고자 - 봤어요

경찰관 - 저희가 내부들어갔을때는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그 사이에 도망갔단 얘기에요?

신고자 - 뒷문으로 나온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경찰관 - 그래서 구청직원하고 내부수색하는데 그 사이에 도망간 모양이죠?

신고자 - 네 뒷문으로 나왔습니다. 모텔쪽 

경찰관 - 아 우리가 저 안으로 내부들어갔을때요? 아하 그래요? 알겠어요 저기 다음에 또 그런 사항있을 때 다시 한 번 신고 주세요. 미리 하고 할게요

신고자 - 네 

 

[정정 및 반론보도] 충북경찰-유흥업소 유착 의혹 보도 관련

중부매일은 지난 9월 8일자 '단속은 '시늉만'…경찰-불법 유흥업소 유착 의혹' 제하 기사 및 9월 9일 관련 보도에서, 방역지침 위반 영업에 관한 신고를 받고도 청주흥덕경찰서가 관내 유흥업소에 대한 이른바 봐주기식 단속을 한 데에 해당 업소와의 유착 의혹이 있으며, 충북경찰청 특별단속기간 내 해당 지역 단속실적도 '0'건에 그쳤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단속건수와 관련, 0건으로 보도된 것은 충북경찰청의 통계누락에 따른 것으로 사실 확인 결과, 7월 14일부터 9월 8일 현재까지 특별단속기간 동안 관할 경찰은 청주시 복대동에서 총 6건의 불법영업을 적발한 바 있음이 확인돼 이를 바로잡습니다. 또한 9월 9일자 '불법 성매매 봐주기식 단속 통화 녹취록 단독 입수' 보도에 관하여, 경찰이 불법 성매매 영업을 묵인한 사실은 확인된 바 없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한편, 청주흥덕경찰서는 "지면에 보도된 유흥업소 대상 당시 112 신고에 대한 처리과정을 확인한 결과, 경찰과 업소관계자가 평소 전화통화한 사실이 있는지, 112 신고 사실을 업소관계자에게 미리 알려준 사실이 있는지, 신고자의 인적사항을 업소관계자에게 유출한 사실이 있는지 등 경찰과 유흥업소 간 유착관계를 의심할 만한 어떤 객관적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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