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충북의 젖줄인 미호천이 사람과 동·식물이 공존하는 친환경 생태하천으로 다시 태어난다. 미호천은 충북 음성 망이산성 옹달샘에서 발원해 진천, 증평, 청주를 거쳐 세종시 합강리에서 금강과 만난다. 총 길이는 89㎞에 이른다. 미호천 지명은 일제 강점기인 1911년 간행된 '조선지지자료 충청북도편 청주군' 기록에 첫 등장하며, 굽이굽이 흐르는 하천 풍경이 아름다워 미호천(美湖川)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미호천은 1970년대 이후 무분별한 산업화 정책으로 공장 폐수와 생활 오수가 하천으로 그대로 흘러들어 하천 생태계가 파괴되고 주변이 마구잡이로 개발되면서 악취가 풍기고 기형 물고기가 발견되는 죽음의 하천으로 변했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음성, 진천, 증평, 청주 등 미호천이 지나는 자치단체들이 하수처리장 건립과 친수공간 조성 등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앞다투어 추진하면서 아이들의 물놀이가 가능한 하천으로 되살아났다. 지난 2009년에는 세계에서 미호천에만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미호종개'까지 발견돼 국토해양부의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선정됐다.

하지만 도심에서 벗어난 상류 일부 구간은 축사 분뇨와 공장 폐수, 생활 폐수, 농약이 정화되지 않은 상태로 하천으로 유입돼 수질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로 현재 미호천 수질은 전처리 등 고도 정수 처리를 거쳐야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평균 3급수 수준에 불과하다.

늦었지만 충북도가 지난 14일 생태의 보고이자 하천 풍경이 아름다운 미호천을 주민들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물이 살아있는 미호강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인위적인 하천 복원사업에서 벗어나 하천 스스로 자생 능력을 키우고 주민들이 즐겨찾는 친수 공간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오는 10월 마스터플랜 용역을 시작으로 주민 의견 수렴, 중앙정부 사업 건의 및 예산 신청 등을 거쳐 2023년 착공, 2032년 준공 예정이다. 국비 1천999억 원과 지방비 2천299억 원, 민자 2천227억 원 등 총 사업비 6천525억 원이 든다. 우선 1천450억 원을 들여 평균 3급수 수준인 수질을 1급수로 개선한다. 이를 위해 청주·진천·음성 미호천 단위 유역을 '수질 개선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인공습지 4곳을 조성해 농약 등 오염 물질의 하천 유입을 원천 차단한다.

한기현 국장대우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논설고문

또 청주·증평·진천·음성이 개별 추진한 하수처리 시설 관리 등 오염 정화사업을 통합하고 대청댐 용수를 1일 8만t에서 20만t으로 확대하는 등 하천 환경 유지 용수를 대량 확보할 계획이다. 청주 정북동과 원평동에 토성과 연계한 역사문화 테마공원과 식물원 등 친수·여가 공간을 조성하는데 3천여 억 원을 투입한다. 미호천 하류인 오송 일원에는 호안 정비에서 발생한 모래를 재활용한 대규모 백사장(미호강 명사십리)을 조성하고 미루나무숲을 복원한다는 구상도 있어 자못 기대가 된다.

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사업비 확보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예산을 구하지 못하면 장미빛 계획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 충북도는 서둘러 실행성있는 사업비 확보 계획을 수립하고 언론과 주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