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효정 청주시상당구세무과 주무관

얼마 전 퇴근길에 차 안 라디오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왔다. 중국 당나라 후기, 마의선사가 50살이 넘어서 아들 둘을 낳았는데, 늦게 본 자식들인지라 금지옥엽으로 키웠다. 아이들이 소년이 되었을 때 사주팔자로 장래를 미리 살펴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큰아들은 재상이 되고, 작은 아들은 거지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아이들을 불러 앉혀놓고 "첫째야 너는 이다음에 나라의 재상이 될 팔자이니, 더 열심히 공부를 하거라. 둘째야, 너는 거지 팔자를 타고났으니 그냥 놀고 잘 먹기나 하여라!" 거지 팔자라는 소리에 충격받은 둘째 아들은 '거지 팔자라면 집에 있을 필요가 없지'하면서 작별 인사를 고하고 집을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졌던 돈이 다 떨어져 거지노릇을 할 수밖에 없게 되어 얻어먹을 곳을 찾다가 부잣집 하나를 발견했다. 밥을 구걸하여, 게 눈 감추듯 밥 한 그릇을 비웠지만, 다음 끼니가 또 걱정됐다. 그는 잠자리, 먹거리 걱정을 하지 않는 머슴들이 마냥 부러웠다. 그래서 주인에게 간청해 그 집 머슴으로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일을 하였고, 2년쯤 지나서는 곳간지기로 발탁돼 더욱 열심히 일 했다.

이에 감동한 주인이 무남독녀인 자기 딸과 혼인 시키려해, 둘째 아들은 부모님께 허락 받기 위해 집을 찾아갔다. 마의선사는 늠름한 청년으로 성장한 둘째 아들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둘째의 얼굴은 재상감으로 변해있었다. 거지 팔자를 타고난 둘째 아들은 자신의 노력으로 후에 재상까지 하게 됐다.

한편, 큰 아들은 재상이 될 팔자라는 말만 믿고 방탕한 생활을 즐겨 나중에는 거지가 됐다. 큰아들의 얼굴은 거지가 될 상으로 이미 변해있었다. 마의선사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세에 다음과 같은 교훈을 남겼다. '사주불여신상(四柱不如身相)하고, 신상불여심상(身相不如心相)이다.' 즉, 사주(四柱)는 신상(身相)보다 못하고, 신상(身相)은 심상(心相) 보다 못하다. 결국 심상(心相)이 가장 으뜸이라고 결론지었다.

공직 생활을 하다 보면 어둠의 유혹을 받으며 검은 손을 잡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럴 때 평소 갖고 있는 생각이 어느 손을 잡느냐에 크게 작용할 것이다. 결국, 내가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있던 사주가 아니라 살면서 평소 내 머릿속에 지녀온 생각의 결과물인 것이다.

이효정 청주시 상당구세무과 주무관
이효정 청주시 상당구세무과 주무관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고 보기 나름이다. 행복을 생각하면 행복해지고, 비참한 생각을 하면 비참해지고, 병적인 생각을 하면 정말 아프고, 실패를 생각하면 정말 실패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공직생활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청렴도 올바른 생각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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