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코로나19라는 세계적 대재앙 속에서도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자유와 권리를 포기한 결과 일상생활에 큰 자유를 얻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정부당국의 시민감시와 통제, 확진자의 동선추적 등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는 부분에 대해 거의 무감하게 받아들인다. 중국에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한 자가격리도 심하게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중국이 세계 제1의 방역 모범국가라고 생각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강제로 시민들을 통제하지 하지 말라며 세계 곳곳에서 항의시위가 벌어진다. 호주에서는 멜버른, 시드니 등 주요 도시에서 코로나19 봉쇄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열렸다. 가장 큰 규모의 반정부 집회가 열린 멜버른에서는 시위대 4천여명이 거리로 나와 당국의 조치에 항의했다. 스웨덴과 오스트리아에서는 마스크 의무화에 반대하는 노마스크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에서는 마스크를 불태우는 마스크 화형식까지 열렸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외침도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백신접종 의무화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프랑스 파리 마르세유 몽펠리에 등 주요 도시에서 다중이용시설 출입 시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항의하는 시위였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시위대는 우리에게 "자유를 달라", "독재를 멈춰라" 등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점거했다. 프랑스 정부가 4차 팬데믹을 선언하고 고강도 방역조치를 발표한 때였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백신 미접종자의 실내 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정부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는 시위가 발생했다. 그리스에서는 4천명 이상이 참가한 시위대가 '우리 아이들을 건드리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며 백신 의무화 조치에 항의했다. 크로아티아에서는 '자유는 우리의 힘', '부모와 아이들은 불행하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스위스에서도 주민들이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연방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프뤼엘렌 기차역에서 알트도르프의 빌헬름 텔 기념탑까지 행진했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서구사회와 중국의 두 모습이다. 중국인들은 국가가 개인에 대한 통제는 물론 집단적 행동을 엄격하게 금지시키는 것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반면 서구사회에서는 개인적 자유를 통제하는 부분에서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코로나19 펜데믹이라고 하는 매우 특수한 상황인데도 그렇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자유의 폭과 깊이는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결정된다. 순종과 저항의 정도에 따라 자유의 한계와 깊이도 달라진다. 중국에 비해 서구사회가 개인의 자유에 대한 민감도가 훨씬 높다는 방증이다.

여전히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 재앙이 계속되고 있다. 알파형, 베타형, 람다형, 제타형, 카파형 등 수없이 많은 변이가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들의 삶과 자유는 지속적으로 파괴될 수밖에 없다. 안전이라는 명분으로 개인들의 삶과 자유는 끊임없이 통제되고 구속당한다. '공동체를 위해' '너와 나를 위해'라는 말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모든 상황을 한방에 정리해버리는 '마법의 언어'가 된다.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이 있다. 개인의 자유를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인식은 어느 수준일까. 앞서 예시한 중국에 가까운 모습일까. 서구사회에 가까운 모습일까. 중국인들이 자신들의 자유와 권리를 포기해서 얻은 안전한 자유라면 사실 더 안전한 곳은 따로 있다. 감옥이다. 감옥은 부자유(不自由) 공간이지만 가장 안전한 곳이다.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자유와 코로나19의 위험 속에서도 자유를 달라며 시위하는 서구사회의 모습은 분명 다르게 다가온다. 감옥이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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