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문시장 삼겹살거리 관련 자료사진 / 중부매일 DB
서문시장 삼겹살거리 관련 자료사진 / 중부매일 DB

오랜 역사를 가진 지역에는 저마다 대표음식이 한두개쯤 있다. 이 가운데 대중적인 선호도가 높은 음식은 지금도 그 지역을 대표하며 관광 등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게다가 우리 귀에 익은 몇몇 지역대표음식은 해외에까지 알려질 정도로 이름이 나 있다. 이같은 음식, 요리에 대한 전통과 저력이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K-푸드'의 배경이 됐을 것이다. 지역대표 음식이면서 나름의 전통과 역사까지 갖췄다면 관광상품을 넘어 지역을 나타내는 상징이 될 수 있다. 청주의 삼겹살이 그 도전에 나섰다.

청주시는 얼마전 청주 삼겹살 활성화 연구용역 보고회를 가졌다. 연구팀은 삼겹살의 유래와 역사, 청주와의 연관성 등을 설명하고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자료를 통해 확인된 '청주 삼겹살'의 역사적 당위성을 바탕으로 얘깃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주문도 곁들였다. 이번 보고에서는 무엇보다 조선 영조때의 기록을 확인한 것이 큰 성과일 듯 싶다. 여기에 삼겹살의 원형인 시오야끼(고기에 소금을 뿌려 석쇠에 구워 먹는 것)의 효시가 청주였고, 간장소스와 파절임 역시 청주에서 개발됐다는 점 등이 주목된다.

하지만 이런 의미있는 여건에도 불구하고 청주 삼겹살은 외지인은 물론 청주시민들에게 조차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낮은 인지도는 지역민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될 정도여서 외지인의 평가는 거론조차 시기상조다. 삼겹살을 청주의 특화음식으로 육성하고, 이를 활성화시키려면 인지도를 높이는게 최우선 과제라는 얘기다. 이번 보고회에서 나온 다양한 활성화 전략과 발전방향 등이 겉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청주 삼겹살의 인지도를 높이는게 지역대표 음식 활성화의 첫걸음이자 최대 관건인 셈이다.

따라서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업소별 전문성 향상 등 경쟁력과 자생력을 강화시키는 방안 등은 나중으로 밀어둬도 된다. 그 보다는 삼겹살하면 청주가 떠오를 수 있도록 연관성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삼겹살 요리법을 개발하고, 여기에 어울리는 음식과 주류를 찾아내는 등의 활동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예를 들어 식당 일변도인 삼겹살 거리를 개선하는 등 관련 인프라를 강화하고 이곳에서 삼겹살 가족 요리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참여는 인지도를 높이는 최고의 방법이다.

새로운 비대면 시대에 많은 사람들을 모으기 보다는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공감하며, 같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오야끼가 삼겹살(세겹살)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대중화가 이뤄졌다는 점은 삼겹살의 변신을 기대하게 한다. 지금도 한국 대표음식이지만 청주 삼겹살로 한단계 더 진화하면 전국은 물론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청주음식이 될 수 있다. 방향은 분명하지만 방법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인지도 제고는 결코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청주 삼겹살을 모두의 식탁에 올리려면 이 것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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