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가을의 다가옴은 알알이 달린 열매마다 하나씩 소식을 전해줍니다. 딱 벌어진 밤송이의 알밤을 보고 있으면 풍성해지는 마음은 담아가고 싶어지는 시기입니다. 자연은 이렇게 시간의 충실함을 잊지 않고 그렇게 지나갑니다. 사람을 포함한 어떤 생물도 겨울을 준비해야 합니다. 가을이 있다는 것은 겨울을 보내기 위한 자연의 섭리에 감사함을 금치 못합니다. 그래서 지금 가장 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한반도에서 함께 살아온 생물에 대한 애정은 유전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어떠한 힘처럼 작용합니다. 특히 토종을 위협하는 외래생물에 대한 적대감은 훨씬 더 크게 느껴집니다. 우리나라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을 우린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하고 퇴치하고 있습니다. 그럼 매번 뉴스로 접하게 되는 생태계 교란생물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해하진 못합니다.

생태계 교란생물은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정의되어 있습니다. 생태계 교란생물은 유입주의 생물 및 외래생물 중 생태계 균형을 교란하거나 그러한 우려가 있는 생물을 말합니다. 여기서 유입주의 생물은 국내에 유입될 경우 생태계에 위해를 입히는 생물이며, 외래생물은 인위적이든 자연적이든 본래 원산지를 벗어나 존재하는 생물입니다. 쉽게 우리나라에 밖에서 유입된 생물 중에서 생태계를 위협하는 생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가장 위협적인 외래종을 환경부에서 35종으로 지정·관리하고 있습니다.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된 35종 중에서 포유류가 1종, 개구리나 거북이 같은 양서파충류가 6종, 배스나 블루길인 어류가 3종, 붉은가재인 갑각류가 1종, 곤충 8종, 돼지풀이나 각시박 같은 식물은 16종입니다. 실제 유입된 종은 더 많지만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는 위험한 생물로 지정된 종들입니다.

포유류 1종은 바로 뉴트리아입니다. 본래 식용과 모피용으로 들어왔다가 자연 상태로 유입된 생물입니다. 큰 이와 몸으로 썩 호감 가는 모습은 아닙니다. 뉴트리아는 보통 한 해 3번 새끼를 낳는데 한 번에 2~6마리 정도가 태어납니다. 그러다 보니 기하급수적으로 개체수가 늘어났습니다. 식물부터 동물까지 모두 먹는 잡식성으로 하루에 1㎏을 먹어대며 마땅한 천적이 없어 사람이 잡아야만 개체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뉴트리아의 포상금이 높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전문적인 헌터가 등장했고, 쓸개가 웅담보다 좋다고 해서 뒤에서 거래가 된다고 합니다.

양서파충류는 보통 애완용으로 기르다 자연에 방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거북이 종류인 리버쿠터는 무심천에서도 심심치 않게 채집되기도 합니다. 최근에 서울 중랑천에서 일광용 하는 리버쿠터 집단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리버쿠터는 예전에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거북이로 지금은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되어 거래가 되지 않지만 이와 유사한 거북이가 다시 판매되고 있습니다. 개구리 중에서는 이미 익숙한 황소개구리가 있습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개체수가 줄었지만 그래도 시골 방죽에서는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어류로 소개하면 대부분 아실 블루길과 배스가 있습니다. 이젠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살고 있으며 특히 호수의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배스는 미국의 남부와 중부를 대표하는 물고기였지만 식용과 낚시 대용으로 전 세계로 퍼진 생물입니다. 보통 둥지 안에서 1만 개의 알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수컷이 알을 지키기 습성 때문에 개체수의 더욱 증가하고 있습니다.

박현수 숲해설가
박현수 숲해설가

식물에선 가시박이 상당한 골칫거리입니다. 원래는 참외나 호박에 접을 붙이기 위해 들어온 식물이지만 방치하여 자연에 퍼진 것입니다. 하천 주변에 서식하며 이젠 금강 주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 일부만 소개한 생태계 교란생물은 기후위기에 영향을 받아서 더 북쪽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언젠가 외래종으로 가득한 자연 상태가 되지 않을까 걱정되기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물종들은 누가 들여왔을까 생각해봐야 합니다. 스스로 들어오기보다 경제적인 목적이 있어서 사람의 손에서 손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우린 이 생물들을 조절하고 관리해야 하지만 혐오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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