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등급 높을수록 기준 미달율 높아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 지난 5월 발생한 옥천 증약터널 8중 추돌사고로 운전자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옥천 증약터널은 2019년 방재등급 2등급으로 상향됐으나 2등급 이상 터널에 설치됐어야 할 '화재 진입차단 설비'가 없어 큰 사고로 이어졌다.

이 사고와 같이 고속도로에 설치된 터널에 제대로 된 방재설비가 갖춰지지 않아 터널 내 교통사고 피해 규모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천안갑)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터널 등급별 방재시설 설치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552개 터널 중 1/4이 넘는 152곳이 방재시설 설치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방재등급 1등급인 재약산터널과 신불산터널 두 곳 모두 방재시설 설치가 미완료 상태였고, 2등급 터널 91곳 중 73곳인 80.2%가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재등급이 낮은 3등급 133곳 터널 중에서도 37곳 27.8%가 방재시설을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4등급 326곳 중에서는 40곳 12.3%가 방재시설 설치를 완료하지 못했다.

결국 전체 400개의 고속도로 터널 중 27.5% 152곳이 제대로 된 방재시설을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방재등급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방재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어 사고의 대형화를 불러오고 있다.

터널 방재등급은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라 터널의 개통 후 5년마다 실측교통량 및 주변도로 여건 등 위험성을 조사해 재평가된다. 그러나 등급이 상향되어도 등급에 맞는 방재시설 설치는 법적으로 의무가 아니다 보니 소급적용을 하지 않았다.

문진석 의원은 "안전등급을 평가해 지정하는 이유는 위험도에 따라 방재설비를 충분히 확보해 안전사고를 낮추기 위한 것"이라며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방재등급에 따른 방재시설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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