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 1인 시위' 임지영 충북남부보훈지청 보훈복지사 만나보니…
국가보훈처 임의로 '보훈복지사' 명칭 사용… 사협 건의도 무시

세종정부청사 국가보훈처 앞에서 13일 1인 시위중인 강진녕 제주보훈지청 보훈복지사, 신명례·임지영 충북남부보훈지청 보훈복지사. / 김미정
세종정부청사 국가보훈처 앞에서 13일 1인 시위중인 강진녕 제주보훈지청 보훈복지사, 신명례·임지영 충북남부보훈지청 보훈복지사. / 김미정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사회복지사를 채용해놓고 사회복지사 업무를 시키면서 '사회복지사'가 아닌 '보훈복지사' 라고 부르는 것은 법 위반입니다. 법에도 없는 '보훈복지사' 라는 명칭을 국가보훈처가 '임의로' 쓰는 거예요."

세종정부청사 내 국가보훈처 정문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임지영 충북남부지청 보훈복지사(40·여)는 중앙부처가 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복지사업법 제11조에 따르면 '사회복지사가 아니면 사회복지사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보훈복지사지회 사무국장인 그녀는 국가보훈처 소속 보훈복지사 73명의 처우개선을 위해 이달 5일부터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요구사항은 사회복지사로 명칭 변경, 경력·전문성 인정, 사회복지사 수준의 급여 등 처우개선, 미지급 출장비 해결 등이다. 매일 오전 8시반부터 오후 3시까지 피켓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임지영 충북남부보훈지청 보훈복지사. /김미정
임지영 충북남부보훈지청 보훈복지사. /김미정

"저희는 '1인 사회복지관'이라 불리면서 보훈가족의 집을 방문해 경제적 어려움부터 집수리, 의료서비스 등 필요한 것들을 살피고 생을 잘 보내실 수 있도록 돕는 역할, 즉 사례관리를 합니다. 사회복지사 업무를 하지만 전문성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요."

보훈복지사가 하는 일은 국가유공자·독립유공자·그 가족 등 보훈재가복지대상자에 대한 서비스 계획 및 관리, 대상자 발굴과 복지환경 실태조사, 보훈섬김이(가사·간병서비스 담당 요양보호사) 관리, 보훈가족 후원물품 신청접수·지급·실태관리, 유관기관 업무협조 등이다. 전국의 보훈재가복지서비스 대상은 1만831명. 보훈복지사 1인당 평균 148명을 관리하는 셈이다. 임 복지사가 관리하는 보훈가족은 160명. 2015년 이전에는 450명에 달했단다.

"73명 모두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고 사회복지사 자격으로 채용됐어요. '사회복지사'로 불려야 하는데,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서도 2019년 보훈처에 '사회복지사' 명칭 사용을 건의했는데 무시됐어요."

보훈복지사 급여기준표
보훈복지사 급여기준표

보훈처는 타 공무직과의 형평성을 주장하며 직군 분리를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회복지사업법을 적용받지 못하다 보니 처우가 사회복지사에 비해 낮다. 현 기본급은 186만7천200원. 15년 경력의 신명례 충북남부지청 보훈복지사의 월급 실수령액은 209만7천550원. 그녀가 전국에서 급여가 가장 많다.

"제 첫 급여가 180만원이었는데 지금 6년차인데도 189만원을 받아요. 최저임금 인상분과 장기근속수당만 반영된 거죠. 경력 10년 이상은 장기근속수당(월 17만원)도 동일하고 보훈청 입사 이전 경력은 아예 인정해주지도 않아요."

보훈복지사의 평균경력 8.5년을 반영해 기본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노조는 요구하고 있다. 임 복지사도 사회복지경력 11년으로 보훈처에 입사했지만 그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출장비 미지급 문제도 지적했다. 임 복지사의 경우 보은·옥천·영동·진천·청주 5개 시·군을 담당하는데 2018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몇달씩 출장비를 제대로 받지 못했단다. 미지급 출장비는 160만원. 회계년도가 끝나면 아예 받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출장비를 예산이 있으면 주고 없으면 안줘요. 타 지청의 한 보훈복지사는 올해에만 100만원을 못받았대요. 국감 지적사항이었는데도 개선이 안돼요."

세종정부청사 국가보훈처 앞에서 13일 1인 시위중인 강진녕 제주보훈지청 보훈복지사, 신명례·임지영 충북남부보훈지청 보훈복지사. /김미정
세종정부청사 국가보훈처 앞에서 13일 1인 시위중인 강진녕 제주보훈지청 보훈복지사, 신명례·임지영 충북남부보훈지청 보훈복지사. /김미정

지난 3월 시작된 단체교섭이 길어지면서 보훈복지사들의 한숨도 길어지고 있다.

"73명, 소수이다 보니 목소리를 내도 들어주질 않아요. 보훈복지사의 처우가 개선되면 그 혜택이 보훈가족들에게 돌아갈텐테."

임지영 보훈복지사는 오늘도 굳게 닫힌 보훈처 청사 앞에서 언제 끝날줄 모르는 1인 시위에 온힘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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