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얼마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지붕위의 바이올린' 뮤지컬을 보았다. 196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고 최장 공연을 했던 대형 뮤지컬이다. 그리고 1974년 영화로 개봉되어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이 작품은 숄렘 알레이헴 작가가 쓴 소설 '테비에와 그의 딸들'이 원작이다.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서울시뮤지컬단의 일곱 번째 공연이다. 1905년 러시아 혁명 초기, 작은 유대인 마을에 사는 '테비에'가 주인공으로, 가난·핍박의 역경에도 전통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테비에의 아내 '골데'는 고지식하고 억척스럽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산다.

이곳 유대인 마을은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딸들이 태어나고 생활하고 자랐다. 마을 사람들끼리의 만남, 교회, 푸줏간, 시장, 중매쟁이, 거지, 랍비 등 고국이 없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다. 뮤지컬 무대 아나테프카 마을은 샤갈의 고향 비테프스카를 연상케 한다. 왜냐하면, 러시아 출신의 프랑스 화가 마르크 샤갈의 지붕 위에 바이올린이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그림을 차용했기 때문이다.

바이올린은 생존에 대한 은유이고 미래에 대한 상징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음악이 희망을 만들어줄 것으로 믿는다. 유대인 마을에 해가 뜨고 지고 지붕 위에서 한 남자가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이유는 고향을 잘 지키고 전통을 잘 유지하려는 이유이다. 경사진 지붕 위에서 바이올리니스트가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이유는 전통이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살고 있지만 미국에서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소수의 유대계는 정치 금융 법조 학계 언론 등 미국 사회 각 분야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과거를 보면 우리나라가 생각난다. 우리는 나라가 성립한 후부터 거대한 중국의 영향을 받으며 살았다. 39년간 몽골과 전쟁, 일본과 7년간 임진왜란, 일본과 전쟁을 끝낸 후 20여 년 만에 내몽골을 통일한 후금(後金)이 세운 청나라와 병자호란 등은 나라의 운명이 걸렸었다. 특히 110여 년 전 일본의 강점기는 나라의 이름이 없어질 뻔했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이런 어려움을 이겨낸 우리의 선조들에게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나라의 힘이 약해 외교력으로 삼국을 통일한 김춘추나 고려 시절 서희의 외교력은 국가의 운명을 바꾸었고, UN에서 세계를 움직인 반기문 총장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 우리 북쪽에는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힘이 센 중국이 있고, 남쪽에는 세계에서 경제력과 기술력이 선두에 있는 일본이 도사리고 있다. 이집트나 그리스, 로마가 번성할 때 주변 국가들은 노예생활을 했지만, 우리 한민족은 잘 버티었고 지금은 경제력 세계 10위 국가가 됐다.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어려운 가운데도 희망을 갖자'는 메시지로 현재 코로나19 상황과 같은 느낌이다. 코로나 전염병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할 때 30여 명의 배우들이 열연하는 뮤지컬은 즐겁고 신나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특히 필자가 고문으로 있는 한국문학예술인협회 회원들과 함께해 주말 저녁이 더욱 빛났고, 단풍으로 물든 나무들과 함께 세종대로의 가을밤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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