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애인체전 역도 10연패 신화 달성 박훈 감독
[인터뷰] 장애인체전 역도 10연패 신화 달성 박훈 감독
  • 정세환 기자
  • 승인 2021.10.25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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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처럼'… 한국신기록 이끌어 낸 포용의 리더십
박훈 충북 장애인 역도 선수단 감독과 코치들이 지난 23일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역도 경기가 열린 경북 포항 만인당체육관에서 경기를 준비하는 김민지 선수를 격려하고 있다. 김 선수는 이날 데드리프트 144kg·스쿼트 132kg을 들어올리며 데드리프트·스쿼트·종합을 모두 석권했다. /정세환
박훈 충북 장애인 역도 선수단 감독과 코치들이 지난 23일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역도 경기가 열린 경북 포항 만인당체육관에서 경기를 준비하는 김민지 선수를 격려하고 있다. 김 선수는 이날 데드리프트 144kg·스쿼트 132kg을 들어올리며 데드리프트·스쿼트·종합을 모두 석권했다. /정세환

[중부매일 정세환 기자]"코로나19와 부상, 은퇴 등으로 출전 못하는 선수가 많아서 우승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10연패를 달성한 선수들이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전국장애인체육대회 10연패를 달성한 박훈(48)충북도장애인체육회 역도 감독은 모든 공로를 선수들에게 돌렸다.

중학교 때 역도를 시작한 박 감독은 충북대학교 체육학과 재학 중 아시아 주니어(만 21세 미만)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촉망받는 선수였지만 실업선수(충북도청) 시절인 2003년 교통사고로 바벨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사고 후유증으로 지금도 가벼운 거조차 잘 못 듭니다. 이제 뭘 해야 하나 막막할 때 역도를 이어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해 영동 영신중학교 역도 팀 코치로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고 약 10년간 그의 제자들이 전국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등 지도력을 인정받아 2013년 충북도장애인체육회 역도팀 창단과 함께 감독으로 부임했다.

당시 충북도 장애인 역도선수단은 전국체전 2연패를 달성할 정도로 강팀이었고 박 감독 부임 뒤 전국 최강을 놓치지 않았다.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경북 일원에서 열린 제41회 전국장애인체전에서도 43명의 선수 중 40명이 24개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우고, 91개 메달을 목에 걸며 10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장애인체전에서 10연패를 달성한 사례는 충북의 역도와 경기도의 당구 뿐이다.
 

박훈 충북 장애인 역도 선수단 감독이 지난 23일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역도 경기가 열린 경북 포항 만인당체육관에서 경기를 준비하는 이동섭 선수를 격려하고 있다. 이 선수는 이날 파워리프트 160kg·웨이트 174kg을 들어올리며 파워·웨이트·종합을 모두 석권했다. /정세환
박훈 충북 장애인 역도 선수단 감독이 지난 23일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역도 경기가 열린 경북 포항 만인당체육관에서 경기를 준비하는 이동섭 선수를 격려하고 있다. 이 선수는 이날 파워리프트 160kg·웨이트 174kg을 들어올리며 파워·웨이트·종합을 모두 석권했다. /정세환

10년 가까이 선수들을 지도하며 성과를 이뤘지만 장애인 선수를 지도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선수들이 매일 운동하러 나오게 만드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지적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버스 타고 훈련장에 오는 길 알려주는 데 4년씩 걸리기도 합니다. 한 번은 길 잃은 친구를 가족들이랑 같이 밤새도록 찾으러 다녔는데, 막상 찾고 보니 다리 밑에서 생라면을 부숴 먹고 있더라고요."

선수들을 보살피기 위해 박 감독은 단순히 훈련과 경기 지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처럼 생활 관리까지 함께 한다.

"훈련도 중요하지만 사실 생활적인 부분에 가장 많이 신경 씁니다. 저 뿐만 아니라 코치 5명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필요하면 집에서 같이 자고 생활하면서 저랑 코치들이 엄마 아빠처럼 옆에서 하나하나 챙겨줍니다."
 

박훈 충북 장애인 역도 선수단 감독이 충북 선수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세환
박훈 충북 장애인 역도 선수단 감독이 충북 선수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세환

그는 10연패를 이끈 노하우도 귀띔했다.

"사람들은 역도가 전술이 없는 단순 기록경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역도에도 많은 전략이 필요합니다. 3번뿐인 기회에 적절한 무게에 도전해야 하는데, 각 선수들이 얼마나 들 수 있을지를 제가 제일 잘 맞춥니다."

바라는 점도 말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훈련에 매진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청주종합경기장 시설 일부를 빌려 훈련을 해야 했습니다. 배려해 주신 분들께는 정말 감사하지만,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하는 게 예전부터 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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