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코로나 19로 인해 멈췄던 일상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음식점이나 카페를 시간제한 없이 방문할 수 있게 됐고, 음식물 섭취가 불가능했던 영화관, 스포츠 경기장에서도 마음껏 팝콘과 음료수를 먹을 수 있다.

무엇보다 '예전에는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하지 못했던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stress)로부터 해방됐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시대!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것이다.

가장 먼저 여행, 항공산업을 필두로 의류, 엔터테인먼트 등이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랐다. 이미 주식시장에서는 오프라인 콘서트 재개 소식과 함께 하이브, 에스엠, 와이즈엔터테인먼트, JYP 등은 지난 8월부터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목을 받았다.

2년 가까이 억눌렸던 소비가 분출하는 현상, 이른바 펜트업(pent-up)이 마케팅이 기업들의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사이판, 괌 여행티켓이 불티나게 팔렸고 유럽여행 예약도 급증하고 있다. 패션, 화장품 업계도 '보복 소비'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다시 열심히 해보자!"는 구호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정말로 "지금의 자리에서 새롭게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시작하면 되는 것일까?"

현명한 경영자는 다시 시작하기 전에 오답노트를 꺼내 본다.

때마침 11월 달이다. 내년 사업계획을 구상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는 만큼, 사전에 오답노트는 주요 참고사항이다. 오답노트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이라도 작성해 보면 된다.

오답노트는 말 그대로 틀린 문제를 적는 노트다. 틀렸던 문제를 '왜?'라는 시각에서 유형을 정리하고, 분류해서 비슷한 문제가 또다시 나왔을 때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 목적이다.

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지나온 시간을 평가하는 것은 계획의 첫 번 째 순서다. 가장 먼저 해야 하지만, 제일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진단이 잘못되면 아무리 잘 수립된 전략도 실행할 수 없다. '처방'이 틀렸기 때문이다.

'변화된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 아니면 '완전 새로운 환경을 만들 것인지?' 오답노트를 살펴보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최근 오답노트를 가장 많이 들여다보는 사람은 수험생이다.

수능시험이 30일도 남지 않는 시점에서 미뤄뒀던 개념을 새로 학습하는 것보다, 평소 자주 틀렸던 문제를 반복 학습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가 아니더라도 가족이나 내 인생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도 오답노트는 유의미하다.

'왜 틀렸을까?'

그동안 위기는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하필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유행) 시기에는 잘못된 선택을 했을까? 왜 유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을까? 너무나 큰 충격이었을까?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아픈 고통이었을까? '왜 틀렸는지'에 주목해 본다.

유형을 분석, 분리해 보자.

단계적인 일상회복으로 가는 길에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과 같은 작은 충격과 고통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고객변화라는 유형으로 분리해 보면 '개인화 추세'라는 유형은 더욱 공고해졌다. 온 가족이 나란히 앉아서 함께 봤던 주말 연속극도 이제는 각자 모니터로 보는 시대다. 동시에 딸은 방탄소년단(BTS)에 열광하고 할머니는 임영웅에 환호한다.

마지막으로 왜 틀린 생각을 했는지 알아보자.

과거의 성공 혹은 실패 방정식을 과도하게 맹신한 것은 아닐까? '이 또한 지나 갈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만 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수없이 흔들렸지만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모든 것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실행한 결과 값이 지금의 모습이다. 아프지만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성장할 수 있는 계획을 바로 세울 수 있다.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다행인 것은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았다'는 사실이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았고, 유형별로 구분하고 정리했다. 그리고 왜 잘못한 판단을 했는지도 되짚어 봤으니 이제 똑같은 위기가 와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계획을 세우면 된다. 원칙을 세우면 된다.

필자는 어릴 적부터 잘 넘어지는 아이였다. 자주 넘어졌고, 가끔은 오랜 시간을 움츠려 있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많이 걱정했지만, 필자는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잘 넘어졌지만, 동시에 잘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일어났다.

위드 코로나 시대 일상으로의 삶이 시작된다. 또다시 재앙 같은 일상이 시작되더라도 다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내일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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