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시청사 전경.
청주시청사 전경.

인사(人事)와 관련해 늘 뒷말이 많았던 청주시가 승진심사와 관련해 다면평가를 다시 도입한다는 소식이다. 심사의 공정성과 수용성 등을 내세워 한동안 중단했던 제도를 부활시키는 것이다. 내년 시행을 목표로 얼마전 용역보고회도 가졌다. 평가 대상, 시점, 방법, 평가자 구성 등에 대한 방안을 제시해 다면평가 공론화에 불을 붙였다. 시는 이를 토대로 다른 지자체 사례 등을 고려해 새롭게 인사제도를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달라질 수 있지만 다면평가라는 큰 틀은 가지고 가겠다는 얘기다.

보고회를 계기로 공직사회 내부에서 찬반양론이 일고 있다고 한다. 공정성이 높아진다는 찬성 입장과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는 반대입장이 맞서는 모습이다.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양측입장은 모두 타당성이 있다. 관점의 차이일 뿐 서로 엇갈린 주장을 펴는 것은 아니다. 공정성에 대한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그만큼 현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결코 기우(杞憂)가 아니다. 실제 인기투표가 될 가능성이 적지않다. 업무능력보다 인간관계에 무게가 쏠릴 여지가 많아서다.

승진 등 인사 심사에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는 가장 큰 이유는 몇몇 상급자에 의한 일방적 평가에 있다. 이를 동료, 부하직원들로 넓혀 평가를 좀더 객관적으로 하는 게 다면평가의 핵심이다. 물론 여기에도 허점은 있다. 평가자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다. 개인적 관계라는 함정을 피하기 위해 멀리 가면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고, 너무 가까우면 객관성을 잃고 인기투표가 된다. 결국 평가자 구성이 다면평가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업무관계, 근무관계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앞서의 다면평가가 실패한 원인도 여기에 있다. 관계에 의한 감정적 평가가 횡행한다면 상급자에 의한 평가만도 못한 결과가 나온다. 평가자 구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가의 기준, 즉 잣대다. 평가자가 판단할 일이지만 누구나 인정할 정도로 평가항목과 배점 등 기준이 분명하다면 최소한의 신뢰가 보장된다. 평가자 구성을 위한 잣대 또한 평가 기준에 버금가야 한다. 평가결과에 대한 신뢰는 평가자에 대한 신뢰에서부터 시작된다. 업무 연관성이 있는 외부인사 등을 일정 부분 포함시키는 것도 그래서 필요하다.

이미 십수년 전에 중단됐던 인사제도의 부활은 요즘 세태(世態)에서 비롯된다. 공정성을 가장 중시하는 이른바 MZ세대가 공직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인사제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이다. 굳이 이들이 목소리를 빌리지 않아도 인사에서 공정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라도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인사제도, 일부 상급자의 일방적 판단에 좌우되는 인사제도는 개선돼야 한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보완으로 해소하면 된다. 개선과 보완이라는 주어진 과제를 제대로 준비하는 게 성공적인 인사를 위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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