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신현숙 진천유치원 수석교사

아주 어렸을 적 내가 만난 그림책을 기억해본다. 언뜻 생각나는 그림책은 아주 작은 사이즈의 조금은 촌스러운 색감의 표지로 되어있는 백설공주 정도다.

그나마도 어린 시절이었는지, 조금 자라서인지 기억조차 가물하다. 어린이 서적 출판사도 없었고, 동화책조차 제대로 없던 시절이었다. 유치원 교사로, 아이들 엄마로 생활하며 아이들에게 동화를 많이 들려줘야지 마음먹었다.

아이들이 책에 관심 갖겠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과 좋은 교사, 괜찮은 엄마로 보여지고 싶었다. 그림책 속 그림들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살펴보지도 않은 채 그저 아이들에게 내용만 열심히 들려준 시간이 아니었던가 싶다.

수석교사로서 아이들과 그림책으로 소통하는 시간을 만들고 놀이를 준비하며 그림책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그림책 속 그림들은 따스함, 행복함, 아름다움, 외로움, 두려움 등 다양한 감정들을 담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보며 알록달록 색깔 괴물을 만난다. 한밤의 정원사를 만나 내가 사는 주변의 공간을 댓가 없이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 마음을 길러본다. 검피아저씨와 뱃놀이를 즐기며 함께 하는 즐거움과 배려심 있는 주변 사람에게 감사하는 시간도 가져본다.

두더지의 소원을 생각하며 양말 눈사람을 만들어 친구의 소중함을 느껴보기도 하고, 겁쟁이 빌리를 응원하며 걱정인형을 만들어 나의 걱정도 잠시 덜어본다. 오늘도 수업을 준비하며 여러가지 그림책을 살펴본다. 아이들은 어떻게 이해할지, 놀이를 준비하며 그림책과 연계되는지 이런저런 고민을 한다.

진천유치원 수석교사 신현숙
신현숙 진천유치원 수석교사

"오늘은 어떤 그림책이예요? 무슨 놀이 할꺼예요?" 그림책을 들여다보고 내용이 마음에 닿을수록 아이들의 눈망울이 반짝이고 귀를 바싹 기울이는 모습이 보여진다.

기대로 가득찬 눈망울로 바라보는 아이들과 만나 나도 같이 그림책 속으로 풍덩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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