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요소수 품귀 현상이 심화된 4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요소수 제조·판매업체 문이 굳게 잠겨 있다. 이날 이 업체를 찾은 한 운전자는 "경기도 화성에서 왔다"며 "오는길에 여러 곳을 들렀지만 전혀 구하지 못해 큰일이다"고 말했다. /김명년
요소수 품귀 현상이 심화된 4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요소수 제조·판매업체 문이 굳게 잠겨 있다. 이날 이 업체를 찾은 한 운전자는 "경기도 화성에서 왔다"며 "오는길에 여러 곳을 들렀지만 전혀 구하지 못해 큰일이다"고 말했다. /김명년

경유 차량의 운행에 꼭 필요한 요소수 물량부족이 산업계 전반을 강타한 가운데 국민들의 안전까지 위협받게 됐다. 대형 화물차와 소비활동의 핏줄인 택배 등 물류는 물론이고 국민 안전과 직결된 소방차, 구급차까지 멈춰 설 판이기 때문이다. 긴급차량이야 특단의 대책으로 운행한다고 해도 당장 전국의 노선버스도 반쪽운행이 불가피하다. 국내에 운행중인 시내버스 4대중 1대, 시외버스는 3대중 2대가 경유차량이다. 이에 정부에서 관련 회의를 잇따라 열어 다각적인 해법을 찾고 있으나 미봉책도 못내놓고 있다.

8일에도 10여개 부처가 참여한 요소수 관련 범부처 합동 대응회의를 여는 등 부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나 다름없다. 호주로부터 들여오기로 한 요소수 물량을 7천ℓ늘리고 베트남으로부터 차량용 요소 200톤(약 20만ℓ)을 곧 수입한다는 정도다. 하지만 할당관세 인하, 수입선 다변화가 효력을 보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또한 들여올 물량도 국내 평균 하루소비량 60만ℓ에 비해 턱없는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군(軍) 보유물량을 푼다고 해도 2개월을 버티기 힘들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요소수 대란으로 서민의 발인 대중교통 뿐만 아니라 국민안전까지 멈추게 됐는데도 발만 동동 구르는 꼴이다. 그동안 코로나 백신 확보 차질, 유가 급등 등을 통해 이미 무능의 꼬리표를 단 정부지만 이번 사태는 어이가 없다. 경제활동의 근간이자 산업의 기반인 물류를 좌지우지할 요소수 수입이 막히게됐는데도 손을 놓고 있었다. 더구나 일이 터진 뒤에도 사태의 심각성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벌써 원료공급이 끊겼는데 이제와서 매점매석 단속, 재고량 파악 등 수급조치를 시행한다고 한다.

지금보다도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조짐을 보이자 버스업체 등에서는 지자체에 도움을 청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지지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게 현실이다. 대신 경유값 급등, 이용객 감소 등 버스업계의 경영상 애로점을 풀어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버틸 여력을 조금이라도 줘야 이 고비를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긴급 대처방안으로 환경부가 검토중인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 시행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 가능여부 판단에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재고바닥 시점은 하루하루 다가온다.

요소수 품귀현상이 벌어지자 일각에서 불법개조 얘기가 나돈다고 한다. 필수차량도 요소수 없이 운행할 수 있다는 것인데 사실을 떠나 이런 얘기가 나도는 것 자체가 우려스럽다. 상황에 따라 위험을 감수하는 이들이 나올 수도 있어서다. 이럴 경우 오염물질 배출은 피할 수 없다. 게다가 단속대상인 것은 물론 차량에도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는게 전문가 지적이다. 그럼에도 생계라는 발등의 불이 떨어진다면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조속히 효과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그에 따른 짐은 오롯이 국민들이 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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