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도소방본부가 10년간 도청에서의 더부살이를 마치고 청주 밀레니엄타운(사천동) 내에 새 둥지를 틀었다. 사진은  새단장을 마친 충북소방본부 통합청사 119종합상황실 전경. /김명년
충북도소방본부가 10년간 도청에서의 더부살이를 마치고 청주 밀레니엄타운(사천동) 내에 새 둥지를 틀었다. 사진은 새단장을 마친 충북소방본부 통합청사 119종합상황실 전경. /김명년

제59주년 소방의 날인 9일 충북소방본부는 새 둥지인 통합청사 개청식을 가졌다. 충북도청 더불살이 10년만에 전국에서 두번째로 독립청사를 마련했다. 새 청사는 무엇보다 그동안 떨어져 있던 소방본부와 119상황실이 하나로 다시 뭉쳤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로써 각종 재난상황에 대한 신속한 통합대응이 가능해졌다. 지난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불거졌던 이원화와 대응지연 등의 문제점이 해소된 것이다. 119종합상황실도 안정적인 통신환경 구축 등 첨단시설로 개선돼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같은 외형적 변모와 달리 운영을 위한 내실은 좀처럼 나아지질 않고 있다. 머리 격인 상황실의 기능은 향상됐지만 손발 격인 현장업무 여건은 그대로다. 소방공무원의 신분이 지난해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인력증원과 수당 지급 등은 여전히 엇박자를 보인다. 더구나 충북소방은 초과근무수당 지급을 놓고 10년도 넘게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처우 개선을 따지기에 앞서 골칫거리부터 해소해야 할 입장인 셈이다. 소방의 날 새 청사입주 축하 뒤편에 소송과 관련된 기자회견이 열리는게 충북소방의 현 주소다.

소방관의 근무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지적은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얘기다. 그럼에도 사명감과 그에 따른 헌신이 가장 존경받는 직업의 하나로 소방관을 손꼽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명감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최근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소방관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그것이다. 충청권만 봐도 지난 5년새 우울증을 앓은 소방관이 60%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92명, 2019년 99명 등 숫자도 적지 않다. 위험이 따르는 현장상황으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환자는 11명이나 된다.

이처럼 적지않은 소방관들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지만 상담인력 등은 턱없이 부족한게 현실이다. 이들을 위한 별도의 대책이 요구되고 일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는 있으나 힐링체험, 치유센터 등은 아직 멀리 있을 뿐이다. 충북이나 충청권만의 일은 아니지만 지역의 현실은 더 뼈아프다. 결국 소방관들에 대한 국민들의 마음속 위상과 현실적인 처우·복지간에는 적지않은 괴리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지금의 요소수 대란 속에서 확산되는 소방서에 대한 요소수 기부행렬은 이같은 괴리를 줄여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소방관들에게 필요한 것이 한둘이 아닌만큼 당장 이를 모두 해소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처리할 수 있고, 필요한 것이라면 망설일 까닭이 없다. 주권자의 요구라는 점에서 행정 조치도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바뀌었다고 이들의 활동 지역이나 하는 일이 바뀌지 않는다. 애꿎은 소속을 들먹이며 편의에 따라 갖다 붙이는 일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충북소방은 이제 새 청사에 걸맞는 내실있는 운영을 할 때다. 이를 위해 먼저 이들이 맘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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