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태영 작가·라이프코치

타인과 관계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공감이라는 단어는 쉬운 듯 쉽지 않은 말이다. 공감은 '나는 당신의 상황을 알고, 당신의 기분을 이해한다'는 역지사지의 인지과정이 개입된 감정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다. 실제 인간관계를 잘하는 사람의 공통점 역시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수년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해 온 필자에게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인생 선배인 지인 K와 P는 한 수 위다. K는 2년 전 한 봉사 단체의 핵심 업무를 맡게 됐다. 모든 일이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기에 처음 몇 달간은 별 진전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초기부터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접 만나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며 신뢰를 쌓았다.

대부분 연세가 있고, 단체 활동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지속적인 쌍방향 소통은 스스로 마음 문을 열고 참여하는 긍정의 변화로 이어졌다. 큰 기대 없이 개설한 SNS 단체대화방에서도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를 독려하면서 구성원의 친밀도가 기대 이상으로 효과를 나타냈다. 비대면이 일상이 된 요즘이지만, 이 단체는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P는 예순의 나이에 젊다는 이유로 마을 리더가 됐다. 그 역시 마을 주민들과의 소통을 주저하지 않았다. 연령대에 따른 소통 방식도 달랐다. 젊은 층들은 대부분 직장이나 농사일로 바쁘다 보니 일이 끝나는 시간을 활용해 친분을 쌓아갔고, 어르신들에게는 웃음치료, 노래교실, 요가 등의 맞춤 프로그램을 유치해 여가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몇 년에 걸친 그의 열정과 수고는 헛되지 않았다. 여러 번에 걸쳐 우수 마을공동체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며, 지금은 마을로 귀농·귀촌하려는 이들이 줄을 서고 있다.

노태영 작가·라이프코치
노태영 작가·라이프코치

사실 K는 특수작물 재배로 시간 여유가 많지 않고, 여러 번의 허리 시술과 수술로 건강이 회복된 기간도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시간이 없다. 몸이 아프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P 역시 핑계 대는 시간에 방법을 찾는 것이 빠르다. 소통하면 매듭도 쉽게 풀린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들 곁에는 늘 사람들이 모인다.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함께 해결하며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긍정의 에너지가 선순환하는 것이다.

이처럼 개인의 공감 능력이 단체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된다. 한 전문가는 21세기를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감각 중 하나가 공감이라고 했다. 지금은 코로나19가 일상적 기능을 마비시키는 위기 상황이다. 주위에 더 힘든 사람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공감 리더십을 발휘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터널을 다 함께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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