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해 11월 청주시 북이면의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 의심신고가 접수된 한 오리농가에서 방역요원들이 굴착기를 이용해 예방적 살처분을 하며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청주시 북이면의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 의심신고가 접수된 한 오리농가에서 방역요원들이 굴착기를 이용해 예방적 살처분을 하며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뒤따르는 불청객 가운데 가금류 사육 시장을 뒤흔드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를 빼놓을 수 없다. 대개 철새 이동에 따라 발생하는데 올해도 지난달 26일 천안 곡교천의 야생조류 분변에서 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됐다. 사육농장에서는 철새에서 검출된지 빠르면 수일, 보통 십수일내에 AI가 발생한다. 올해도 10여일 남짓 지난 8일 충북 음성의 메추리 농장서 H5형 AI가 검출됐다. 올 겨울 첫 농장 발생 사례로 어김없이 AI가 시작됐다. 이제 겨울철 내내 방역사투를 벌일 일만 남았다.

이제는 연례행사가 되다보니 농장이나 방역관계자 외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도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말부터 벌어졌던 유례없는 계란파동을 보면 AI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정부의 대책없는 살처분 확대로 인해 벌어졌던 일이지만 원인은 결국 AI다. 올해도 AI계절이 다가오자 다른 원인까지 더해져 벌써부터 시장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정도면 AI대책은 사육농장, 지자체 수준을 벗어나 범정부 차원에서 다뤄야 할 판이다. 그러나 일만 키운 살처분 범위 확대와 같은 어설픈 대응은 더 문제다.

올해 AI가 더 우려스러운 것은 지난해보다 발생 시작이 한달이나 빨라서다. 일반적으로 겨울을 넘겨 새 봄이 돼야 잠잠해지니 올 AI기간이 한달 더 길어진다는 얘기다. 그 만큼 방역노력과 피해는 커질 수 밖에 없다. AI 피해가 갈수록 확대되자 정부는 2019년부터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반경 3㎞로 크게 넓혔다. 이로 인해 충북에서만 발생농장 11곳에 가금류 324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살처분 390만 마리로 피해가 가장 컸던 2016년 발생농장수 108곳을 비교하면 예방적 살처분이 얼마나 무분별했는지 알 수 있다.

계란파동 등 무차별적 살처분이 논란을 빚자 올 초 반경 1㎞를 거쳐 지금은 500m로 줄었다. 그러나 같은 축종에 대해서는 여전히 3㎞가 적용되고 있다. AI와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올 겨울나기가 간단치 않아 보이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음성 메추리 농장 인근 육용오리 농장도 고병원성 AI발생이 의심돼 확산 가능성이 높아졌다. 살처분 대상도 첫 농장 메추리 77만 마리에 이어 육용오리 2만3천마리가 더해졌고 더 늘어날 여지가 커졌다. 이쯤이면 언제, 어디서든지 또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올해 첫 발생한 메추리 농장은 지난해에도 도내 최초 발생지였다. 따라서 유입경로 등에 대한 면밀한 역학조사가 필요할 듯 싶다. 지난해 발생한 도내 11개 농장 중에서는 충주 3곳이 주목을 받았다. 달천과 충주천, 남한강 등 야생조류 검출이 잇따른 뒤에 발생했다. 아직도 정확한 경로파악이 안되지만 최근의 사례들은 철새에 의한 유입이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여기에 맞춰 방역의 틀을 바꿔야 한다. 애꿎은 인근 농장만 잡아서는 해결될 수 없다. 이런 문제를 안고 가야만 할 올 겨울 AI대응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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