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인생의 축소판… 학생교육 최고의 장"

김영식 충북산악연맹 회장 /김명년
김영식 충북산악연맹 회장 /김명년

[중부매일 정세환 기자] "무한 경쟁에 노출된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함께 치유되고, 스스로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31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김영식(58·진천 은여울고) 대한산악연맹 충북연맹 회장은 자신의 삶과 역할을 이렇게 함축했다.

고교 시설 산악부 활동을 통해 산(山)을 배운 그는 지금까지도 산과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지독할 정도로 산을 동경한 그는 어엿한 전문 산악인으로 성장했다. 사범대학 진학도 결국 산이 이끌었다.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 산의 매력을 어린 친구들에게 설파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다. "변화무쌍한 자연은 최고의 선생님입니다. 자연이 주는 다양한 자극을 각박한 현대사회에 갇혀 사는 학생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당시 직업과 삶의 목표를 교사로 정했습니다." 그저 산을 좋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지난 1990년 세계 3위 봉인 히말라야의 칸첸중가봉(8천588m) 등반을 시작으로 에베레스트(세계 최고봉), 엘브르즈(유럽 최고봉), 킬리만자로(아프리카 최고봉) 등 세계 각지의 고산을 20여회 오른 전문 산악인이다.

"산악인의 알파니즘을 추구하면서 꿈과 목표를 더 높게 잡다보니 도전이 점점 더 험난해졌던 것 같습니다."

지난 2018년 김영식 충북산악연맹 회장이 히말라야 간잘리피크봉(5천675m) 정상 등반에 성공한 뒤 태극기를 들고 촬영한 기념 사진 /충북산악연맹 제공
지난 2018년 김영식 충북산악연맹 회장이 히말라야 간잘리피크봉(5천675m) 정상 등반에 성공한 뒤 태극기를 들고 촬영한 기념 사진 /충북산악연맹 제공

그는 학교 밖 히말라야를 교실로도 활용한다. 지난 2004년부터 '청소년 히말라야 오지 학교 탐사대'를 16년 간 전액 사비로 운영해오고 있다.

일반 인문계·국제학교·장애·불우·다문화 학생 등 다양한 환경의 청소년 30여명과 성인 스태프 겸 멘토 10여명이 탐사대 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히말라야 트래킹 등 지금까지 300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함께 산행했다.

"아이들이 산에서 다함께 밥을 짓고, 텐트를 치는 동안 서로 소통하며 협업과 협동을 배웁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인 20여일 간 자신을 찾고, 꿈을 찾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탐사대가 단순 도전과 봉사를 넘어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강력한 교육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들은 산만 오르는 것이 아니다.

지난 10월 김영식 충북산악연맹 회장이 남한강에서 충주 국원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카누를 가르치고 있다. /충북산악연맹 제공
지난 10월 김영식 충북산악연맹 회장이 남한강에서 충주 국원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카누를 가르치고 있다. /충북산악연맹 제공

산골 빈민촌 오지의 학교 2곳에 도서관·과학관·컴퓨터실 건립, 컴퓨터·학습기자재·체육용품·장학금 등을 지원하는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김 회장은 진천 충북학생수련원 아웃도어 팀장(파견근무)답게 만능 스포츠맨이다. 등산 외 카약, 산악자전거 등에도 푹 빠져 있다. 역시 학생들과 함께 한다. 이들에게 자연을 즐기면서 환경정화활동은 덤이다. "우리는 평소에 물 밖에서 물을 바라보지만, 저 물 위에 떠서 밖을 바라보는 풍경이 정말 다른데, 그 매력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합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전환되고 있으니 앞으로는 더 많은 학생들에게 아웃도어 스포츠의 매력을 알려줄 생각입니다."

김영식 충북산악연맹 회장 /김명년
김영식 충북산악연맹 회장 /김명년

지난 1월 충북산악연맹 회장으로 선출된 그의 4년 활동 계획은 '청소년'을 향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 우려로 취소된 행사들을 되살려 '충북 50대 명산'을 청소년들과 함께 오르는 것이 목표다. 2021도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클라이밍의 대중화를 넘어 전문성까지 갖추는 인기 종목으로 육성하는 것도 포부다. 그는 "고(故) 고상돈·지현옥 선배님 등 충북산악연맹에는 한국 산악계에 큰 도전과 업적을 남기신 선배님들이 많습니다. 선배님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데, 부끄럽지 않도록 후배 양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산을 오를 때는 힘들지만 그 힘든 과정이 있기에 정상에 오르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성취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우리 청년들이 콘크리트 문명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불안정한 미래에서 오는 고민을 산에 올라 치유하길 바랍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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