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정식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영화 마션은 우리가 꿈꾸는 화성 탐사를 소재로 다루면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영화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주인공 마크 와트니는 그가 모래폭풍에 휩쓸려 사망한 것으로 판단한 동료들이 지구로 귀환해 버리자, 화성기지에 홀로 남아 인분을 이용해 감자를 재배하며 지구 귀환을 모색한다. 기지 내부에서 감자재배에 성공, 1년 반 이상 생존해 끝내 구조된다. 우주에서 농사짓는 우주농업(space farming) 시대를 보여주었다. 이 공상과학영화는 미래에도 인류의 최대 관심사가 농업과 식량문제임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농업의 중요성을 알게 해준다.

농업의 중요성은 먼 미래에서 뿐만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식량안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또한 농산물 보호 무역주의의 확산으로 식품업체의 가격 상승 및 먹거리 사재기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의미에서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을 맞아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전환과 더불어 농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농업은 단순한 농작물을 재배와 생산의 역할 뿐만 아니라 식량의 자급자족을 통한 안보, 생태 환경의 보전과 수자원 확보, 지역 사회와 전통 문화의 유지 발전 등의 다양한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농업의 중요성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의 농업 현실은 매우 어둡다. 국토의 80% 이상이 농지와 산지임에도 2020년말 기준 농가 인구수는 약 231만명으로 인구의 4.5%에 불과하다. 이마저 농업 경영주 42.5%가 65세 이상 고령화된 노인으로 구성돼 있다. 농가소득은 연 4천503만원이나 이 중 농업소득은 26.3%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비농업소득이다.

정정식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정정식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앞으로 농업인의 소득 증대와 농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기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 팜에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ICT 기술을 농업에 접목해 쉽게 농사를 짓도록 해야 한다. 또한 농산물 유통을 단축하고 안전한 먹거리 관리 체제를 추진하는 등 안정된 생산 구조와 소비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 사태에 따라 모든 이에게 지급된 재난 기본소득처럼 다양한 형태의 직불금이나 농민수당 등의 형태로 농촌 생활을 경제적으로 보장하도록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한 '농업·농촌과 농촌진흥사업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7명이 앞으로 농업·농촌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농업인의 날'을 맞아 국가 경제 성장과 국민들의 건강 증진에 기여한 농업인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우리 농업의 현실을 온 국민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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