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 "애정 갖고 한 말" 두둔
복직연기 종용·업무배제 당해… A교수, Q씨 행위 '피해 호소'
개발원 "비난의도 없다" 판단… 점수 미달, 재계약 불발 '최초'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2년이 지났지만, 직장 내에서는 아직도 크고 작은 괴롭힘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인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이하 개발원)에서 특정인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하급자 괴롭힘이 지속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중부매일은 해당 기관의 피해자들을 만나 개선되지 않는 조직문화의 폐해와 개선책 모색 등에 대해 3차례에 걸쳐 긴급 보도한다. /편집자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 위치한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에서 근무하는 A교수는 지난 8월 "개발원 간부인 Q씨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서'를 냈다. 

그가 주장한 피해사례는 13가지다. 하지만 개발원은 이 사건에 대해 '불인정(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없다)' 판단을 내렸다. 이후 Q씨는 A씨에 대한 근무평정권자로 심사를 진행, 낙제점을 줬다. 결국 재계약 가능 기본점수조차 채우지 못한 A교수는 개발원을 떠날 처지에 놓였다.

A교수가 기억하는 괴롭힘의 시작은 '소문'이었다. Q씨는 지난해 6월 5일께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직 중이던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원장과 직원들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 올해는 복직하지 말라"며 복직 연기를 종용했다. 

당시 A교수는 아직 한해가 6개월여 남은 시점에서 이런 말을 하는 Q씨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후 동료 직원들로부터 'Q씨가 A교수를 못마땅해 하며 험담을 한다'는 말을 듣게 되면서, 자신을 밀어내려는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느꼈다. 

실제 개발원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중부매일에 "Q씨가 A교수 남편을 빗대어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A교수가 직원 욕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어 확인해봤는데 Q가 꾸민 이야기더라"라고 증언했다.

휴직하는 사이 직장 내 여론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A씨는 올해 5월에서야 복직했지만, Q씨의 압박은 계속됐다. A씨에 따르면 복직 후 일반근무보다는 주 18시간 근무를 할 것을 제안하더니,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주요 업무에서 자신을 배제하기 시작했다. 또 자신(Q씨)과 연구과제가 겹친다며 A교수의 연구과제 일부를 삭제할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심지어 A교수의 민감한 병력을 타인에게 알리기도 했다. 이밖에도 Q씨는 A교수의 옷차림을 지적하는 등 성적 모욕을 느낄 수 있는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A교수의 피해호소에 대해 개발원은 '괴롭힘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개발원은 Q씨의 행위에 대해 '친한 사이에서 애정을 가지고 한 말', '비난할 의도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등 가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봤다.

결국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서 자유로워진 Q씨는 지난 10월 자신을 가해자로 신고한 A교수에 대한 근무평정을 매겼다. 여기서 Q씨는 교양 및 품성, 업무지식 및 기능, 협조성 등을 낮게 평가하며 총 56점을 줬다. 결국 재계약 커트라인인 평균 72점 이하를 받은 A교수는 12월 1일 개발원에서 퇴사한다. 평정점수 미달로 재계약이 되지 않는 사례는 A교수가 처음이다.

A교수는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몸과 마음이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나만 예민한 사람, 시끄러운 사람으로 만들면 조직이 무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후배들 중 유사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며 "이 문제를 끝까지 파헤쳐서 우리 개발원의 잘못된 관행을 조금이라도 고치겠다"고 다짐했다. 

허선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장은 "Q씨 관련 사건은 공정하게 진행된 것으로 안다"며 "사건조사결과 보고서를 살펴봤는데 조사가 잘 이뤄졌고, 문제되는 점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선 직장 내 괴롭힘이 문제가 없다고 나왔기 때문에 Q씨가 A씨를 평정하는 것에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당사자인 Q씨는 메일과 전화 등 수차례에 걸친 중부매일의 답변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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