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학생 "시각장애 지금은 받아들이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내려고 노력합니다"

〔중부매일 모석봉 기자〕"시력을 잃고 걷기도 불편했던 제가 뛸 수 있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한남대 김민기 학생(27·철학상담전공 4년)이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육상트랙 종목에 대전시 대표로 출전해 각종 메달을 석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김 씨는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육상트랙 종목에 참가해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100m, 200m, 400m에서 각각 은메달을 차지하며 총 4개의 값진 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 씨는 후천성 시각장애인이다. 평균 이상의 시력을 지녔었지만 대학을 입학 하던 2015년부터 왼쪽 눈부터 시력을 잃기 시작해 오른쪽 눈까지 시력을 잃으면서 그해 말 전맹 판정을 받았다. 시신경병증이라는 질병으로 시신경에 이상이 생기며 빛 감지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갑작스런 실명은 젊은 그에게 절망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건강했던 아들이 시력을 잃게 되자 부모님도 너무 놀라고 힘들어하셨죠. 저는 극단적인 선택도 여러 번 생각했지만, 지금은 받아들이고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지내려고 노력합니다"

김 씨와 육상과의 인연은 우연히 시작됐다. 장애인재활센터의 커피바리스타 수업에서 만난 맹학교 교사가 대전장애인체육회에 가입할 것을 권유했고, 김씨는 장애인 운동 동호회로 생각하고 가입했다.

어린 시절 야구 등 운동을 좋아했던 만큼 육상트랙은 낯설기는 했지만 차츰 적응했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전맹(T11) 등급 트랙경기는 안대를 착용하고 가이드 러너와 함께 달리는 경기다. 가이드 러너는 선수보다 앞서 달릴 수 없고, 끈을 사용해 0.5m 거리를 유지하며 달리게 된다.

김 씨는 "처음에는 가이드러너와 발을 맞추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시력을 잃은 이후에는 10초도 달려 본 적이 없었지만 오랜 시간 훈련하면서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학과 교수님들과 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많은 지원과 배려를 해주셔서 늘 힘이 된다"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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