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충훈 우민재단 사무처장

'칼레의 시민은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설명할 때면 자주 인용되는 사례 중 하나다.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의 소도시 칼레에서 일어난 사건을 지칭하는 것으로 '외스타슈 드 생 피에르(Eustache de Saint Pierre)'의 헌신적 희생으로 다수의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또 다른 사례로 고대 로마제국에서 이러한 귀족의 이러한 사회적 책임은 불문율이었다. 귀족은 단순한 신분의 차이를 넘어 사회적 의무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하고, 이의 실천을 통해 자부심을 가졌다고 한다. 특히 로마에서는 자신의 재산을 들여 공공시설을 신축하거나 개보수한 귀족에 대해서 'OOO 건물' 'OOO가 이 도로를 보수하다' 이런 식으로 귀족의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귀족들은 이를 최고의 영광으로 생각하였다. 사회가 발전하고 경제적인 성장이 이뤄지면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이제 어느 한 계층의 특권이 아닌 우리 모두의 권리이자 의무가 되었다.

지역을 기반으로 사업을 성공시킨 장덕수 이사장은 이러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방식으로 비영리 재단법인 우민재단을 설립하였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그는 자수성가의 전형이었다. 대기업 근무 경험을 살려 유통업체를 인수하여 성장시켰고, 과감한 도전으로 주류 제조업체를 인수하여 안정적으로 경영하는 등 거침없는 성공의 길을 걸어왔다. 회사 매각 이후 그간 자신의 성공에 기반이 되었던 지역사회에 대한 여러 형태의 사회적 기여를 고심했고, 결국 개인재산 170억을 출연하여 재단을 설립하게 된 것이다. 

우민재단의 활동을 통해 2014년부터 올해까지 약 3천여명이 50억원에 가까운 수혜를 입었다. 사회복지·문화예술·장학·해외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원은 사회 안전망에서 소외되고 제도적인 지원이 어려운 계층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선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재단에 대해 왜곡된 시각으로 폄훼하려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끼게 된다. 사업적인 이해관계와 갈등은 불가피한 사회적 현상이지만, 악의적으로 제기 된 모든 의혹에 대해 관계 기관이 철저한 검증을 통해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이미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증이 끝난 사안에 대해 비영리법인인 재단과 결부시켜 '아니면 말고'식의 허무맹랑한 의혹을 제기하고, 무고를 일삼는 불순한 인사로 인해 재단의 사업이 위축되고 있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언어와 행동은 내면의 심리를 반영한다. 무고와 투서 같은 비겁한 방식으로 상대방을 깎아 내리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찾고자하는 방식은 매우 위험한 행위이다. '적훼소골(積毁銷骨 험담이나 비방을 자꾸 하면 굳은 뼈도 녹는다)'이라는 말처럼 그러한 무리들이 집단화되어 조직적인 방해를 한다면 과연 누가 사회공헌사업을 할 까라는 생각이 든다. 일견 그 정도 밖에 할 수 없는 인사들에 대한 애처로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스스로 멈추지 않는다면, 법과 선량한 대다수 시민의 힘으로 이러한 범죄적 행위가 이 사회에 더 이상 용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부의 규모나 방식에 상관없이 타인을 배려하는 모든 행위는 존경받아야 한다. 아울러 자신이 할 수 없다면 남이 하는 것에 대해 칭찬하고 격려해줘야 한다. 이도저도 안 된다 해도 최소한 남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만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사회적 분위기가 안정적으로 정착 할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 그리고 사람'이라는 기부의 명제는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실천해야 할 인생의 덕목이다.

이충훈 우민재단 사무처장
이충훈 우민재단 사무처장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로 시작하는 시인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과연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자신의 힘으로 따뜻한 마음과 도움을 건넨 적이 있는지 돌이켜 생각해 볼 일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즐거웠던 기억들만 남기고, 나머지 모든 것은 사회에 돌려주라"는 워렌 버핏의 말처럼 재단의 선한 활동은 앞으로도 더욱 범위를 확대하여 이어 질 것이다.

이제 연말이다. 코로나로 2년여 간의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주는 따뜻한 마음과 사회적 분위기로 어려움을 지혜롭게 타개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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