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중부매일 정봉길 기자〕말 많고 탈 많은 제천시립미술관 건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이상천 제천시장에게 뼈아픈 아픈 상처로 남았다. 민선 7기 시장이 된 후 굵직한 사업들을 단 한번도 막힘없이 추진한 이 시장으로서 미술관 건립 무산은 두배의 아픔이 됐을 것이다. 그래서 인지 이 시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내년에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이 같은 발표에는 미술계 회원들에 대한 서운함이 내포된 듯 싶다. 제천시립미술관 건립 무산은 이상천 시장의 2가지 결점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먼저 지역 미술계와의 '소통부재'다. 당초 김영희 닥종이 미술관 건립은 일부시민 및 시의원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이 시장은 특유의 추진력으로 밀어붙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제천지역 미술계 회원들이 이 시장의 발목을 잡게 된다. 이들은 정치적인 셈법 때문에 반발수위가 낮은 시 의원들과는 대응 자체가 달랐다.

그렇다면 붓이나 작업도구를 들어야 할 이들이 피켓을 들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들은 노인회관에 시립미술관이 들어서면 안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제천시립미술관은 '무늬만 공립이지 내용은 개인미술관'이라는 점, 10억원을 들여 특정 개인의 작품을 구매한다는 점, 노인회관이 공립미술관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점 등을 들었다. 가장 서운한 것은 이런 문제점을 미술계 회원들과 상의 한번 하지 않고 추진했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이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데 있다. 지난 4월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미술관 건립 중간보고회에서 미술협회원들이 부정적인 질의를 하자 이 시장은 "저는 아마추어를 위한 시립미술관은 절대 짓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시장이 미술계 회원들을 저평가한 발언은 지난해 12월 16일 제천시의회 시정질의에서도 나온다. 이 시장은 "전국에 아마추어를 위한 시립미술관은 없다. 인구 13만의 제천에서 시립미술관을 짓는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이 시장이 제천미술협회 회원들을 동네 아마추어로 빚대어 평가한 셈이 됐다.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사람이 사람을 낮춰 평가하는 것 보다 더 서글픈 것은 없다. 이상천 제천시장은 추진력이 강한 인물로 공직사회에서 평가받고 있다. 한번 일을 추진하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강인함이 있다. 이 때문인지 지금까지 추진해 온 사업들이 막힘없이 진행돼 왔다. 해서 자칫 자아도취에 빠진 것은 아닌지….

정치인은 사람을 잃어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제천지역 미술계는 지금 무척 격앙돼 있다. 이들이 집회를 갖고 항변하는 것은 제천시가 생긴 이래 처음인 것 같다. 미술계가 주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들을 위한 조금의 배려가 있었다면 이런 마찰이 있었을까? 먼저 손을 내미는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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