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박성진 교육부장

모듈러 공법으로 짓는 충북 청주 내곡초등학교 교실 증축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청주 테크노폴리스 내 문화재 지표조사 작업으로 인한 학교 신설 지연에 따른 내곡초의 과밀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모듈러 교실 추진을 놓고 충북도교육청과 내곡초 학부모들이 한치의 양보없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모듈러 교실이 화재, 소음, 진동, 악취 위험에 노출돼 있고, 유해물질 발생 우려도 있다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충북도의회가 모듈러 교실에 대한 안전성 및 유해성 검증을 중재안으로 냈지만 학부모들은 검증 자체가 모듈러 교실 설치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거부했다. 갈등 해소를 위해 도의회까지 나섰지만 학부모들은 요지부동이다. 학부모들이 도의회의 중재안까지 걷어차면서 모듈러 교실 갈등은 '치킨 게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도의회는 재차 대화 테이블 마련을 예고했지만 이 사안을 바라보는 양 측의 시각차로 인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학부모들은 모듈러 교실 설치를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내곡초 운동장에 모듈러 교실이 들어서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교육청은 내곡초의 과밀 해소를 위해 모듈러 교실 증축은 불가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양 측의 대화는 어쩌면 하나마나한 것이다. '양보는 없다'는 전제가 도의회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 어느 한 쪽이 한 발 물러나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교육청이 법적 권한 내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모듈로 교실 증축을 추진했지만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절차가 미흡했던 점은 인정해야 한다. 교육청이 이번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도의회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학부모들 역시 무조건 모듈러 교실을 반대해서는 안 된다. 과밀이 되더라도 모듈러 교실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거둬들여야 한다. 과밀 학급은 우려스럽다.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반대는 무의미하다.

모듈러 교실이 안전하지 못하고 유해하기 때문에 학생들을 그곳에서 교육시킬 수 없다는 게 학부모들이 아닌가. 그렇다면 안전성 및 유해성을 철저하게 검증하면 된다. 교육청과 협의해 학부모들이 선정한 제3의 전문가 집단에 이를 의뢰해 확인하면 된다. 이 참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모든 검증 절차를 밟아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모듈러 교실을 낱낱이 해부했으면 한다.

박성진 교육부장
박성진 교육부장

결국 양 측 모두 지향점은 '학생'이다. 학생들에게 안전하고 불평등 없는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건 사회의 의무다. 볼썽사납게 무책임한 공방을 하기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골몰하는 어른들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학생들은 어른들의 우격다짐 싸움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저 어른으로서 창피할 뿐이다. 학생들을 위해 조건없는 대화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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