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갑순 서산시의원

지난 11월 1일부터 '위드 코로나'가 본격 시행됐다.

방역과 일상의 균형을 맞추는 단계적 출구 전략이 시작된 것이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억눌린 지역 경제가 조금씩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서산시의 주력산업인 석유화학의 경우 백신 접종과 맞물려 세계 경제가 회복세 접어듬에 따라 본격적인 반등을 맞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9월 누적 석유화학 수출액은 404억 달러(약 47조 2천억 원)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수출 규모를 넘어섰다.

잘 알다시피 서산시에는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대산 5사가 위치해 있다. 1988년에 조성되어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흑자를 낸 기업들이다.

대산 5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무려 67조 원에 달한다. 기업이 성장하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산5 사의 최근 5년간 국세 납부액은 24조 3천711억 원이다. 매출이 오를수록 국세의 규모는 더욱 커진다.

하지만 지방세 납부액은 총액의 불과 1%(3천95억 원)에 머물러 사실상 지역 재정 살림에는 '그림의 떡'이다. 물론 3천95억 원이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기오염에 따른 손실 비용을 생각해 봐야 한다.

전남대 배정환 교수에 따르면 대기오염에 따른 손실 비용을 11조 8천억 원으로 추산했다. 또한 충남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대산석유화학단지의 사회적 비용을 매년 1조 2천626억 원으로 추산했다.

대산석유화학단지에는 지난 30여 년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유증기 유출, 폭발 사고 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렵다.

이 모두가 좁게는 대산, 넓게는 서산 시민들이 직간접적으로 입은 피해다. 대기 오염, 토양 오염, 지하수 오염, 중금속 피해 등, 수십 년간 서산 시민들은 이러한 고통을 묵묵히 참고 견뎌왔다.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한다.오늘날 혐오시설이나 기피시설을 설치하려면 인근 주민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필수적이다.

만약 정부가 지금 서산에 석유화학단지를 설치하려면 얼마나 많은 대가를 내놓아야 할까?

아마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서산은 지난 30여 년간 석유화학단지를 안고 살면서도 정부로부터 어떤 보상이나 혜택도 받은 적이 없다.

발전소 주변 지역의 경우 지난 1989년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지역 개발과 주민 복리 증진을 위한 각종 사업이 체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더 위험하고 더 공해가 많이 발생하는 석유화학단지 주변 지역은 어떠한 지원도 없다.

여기에다 같은 석유화학단지인 울산과 여수의 경우에는 그나마 국가산단으로 지정되어 있어 국가의 지원과 기업의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 대산공단은 개별 산단이라는 이유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서산시민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이에 국가가 석유화학단지에서 징수하는 세금의 일정액을 서산시에 환원해 줄 것을 요구한다.

서산시는 수차례 석유화학단지의 국세 중 일부를 지역에 환원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달라는 것이 아니다.우리 서산시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다.

장갑순 서산시의원
장갑순 서산시의원

석유화학단지에서 배출되는 유해화학물질과 사고 위험으로부터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을 해야 한다.다시 한 번 서산시민들의 설움을 달래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것이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한 서산시민들에게 정부가 져야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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