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요즘 우리나라 놀이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구슬치기, 달고나 뽑기 등이 그것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게임'의 영향이다. 지난달 한국관광공사에서 '오징어 게임과 함께하는 뉴욕 속 한국여행'이라는 테마의 행사를 열었는데 뉴욕관광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참가자들이 딱지치기를 하는 진풍경이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가히 'K놀이'의 재발견이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놀이가 우수하다는 그런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어른으로서 유년시절 동네 골목 구석구석에서 왁자지껄하게 놀았던 추억의 놀이가 새삼 재조명되는 게 반갑기도 하지만 요즘 아이들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지는 느낌이다.

디지털혁명시대 스마트폰에 익숙한 아이들,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에 각종 사교육 현장으로 내 몰리는 우리나라 아이들에겐 나중에 어떤 놀이가 추억으로 남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 왠지 어른으로서 죄책감마저 든다. 기성세대인 어른들이 아이들이 누려야 할 '놀 권리'마저 빼앗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실제 아이들의 '놀 권리'는 아동협약에도 규정되어 있다.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는 '아동에게 놀이는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 복지권'이라고 정의되어 있을 정도다. 이런 마당에 최근 논란이 된 남의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았다고 주거침입죄를 묻는다거나, '인식표를 착용해야 자신들의 아파트 놀이터에 입장할 수 있게 하겠다'는 어느 수도권 지역 아파트들의 행태는 대다수 어른들의 낯을 뜨겁게 한다.

누가 우리 아이들에게서 '놀 권리'를 빼앗는가? 지금부터라도 아이들이 제대로 놀 수 있는 공간, 놀이터시설, 놀이문화를 돌려주는데 우리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아이들의 '놀 권리'를 뺏는 '꼰대 어른'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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