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의심 사례가 확인된 충북 음성군의 한 오리농장 진입로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출입 통제를 하고 있다. /김명년
가축전염병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 DB

충북의 가축방역에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수년전부터 이맘때면 기승을 부리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그 대상이다. 이들 감염병은 그동안 지역과 시기에 따라 따로 등장했는데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한 지역에 동시출현은 처음있는 일이다. 그것도 바로 충북에서다. 그러니 가축방역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육류 대부분은 사육 가축에서 나온다. 그 중에서 닭·오리 등 가금류와 돼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충북의 가축사육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제는 연례행사가 되다시피 한 AI발생에서 충북은 매년 빠지지 않는다. 음성과 진천을 중심으로 가금류 사육농장이 밀집해 있고 철새가 지나는 길목이어서 발생빈도가 높다. 올해도 벌써 네번째 발생이 확인됐다. 아직은 첫 발생농장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예년의 경우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겨울철 내내 마음을 졸여야 할 판이니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고 멀다. 지난 겨울 충북도내 AI발생이 마무리된 게 올 3월이었다. 이는 AI가 앞으로 넉달 가량 이어질 수 있고 그 파장이 적지않을 것임을 말해준다.

올 겨울 도내 첫 AI가 발생한 지난 8일부터 충북도 등 지자체가 방역전쟁에 나선 가운데 ASF 발생이 현실이 됐다. 지난 19일 단양에서 처음으로 ASF감염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데 이어 제천에서도 발생이 확인됐다. 지난 2019년 국내에서 처음 휴전선 인근에서 발생된지 2년만에 충북까지 번진 것이다. 그 사이 경기 북부와 인천, 강원 등으로 발생이 이어지면서 조금씩 남쪽으로 내려왔는데 결국 충북 도계(道界)가 뚫린 것이다. 아직 사육농장으로 확산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봐야 한다.

음성과 단양·제천간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고 행정구역도 달라 방역전선 자체가 중복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충북 전체로 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AI의 추가발생 가능성은 매우 높고 ASF 저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전 예방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이미 뚫린 만큼 사육농장 단위의 개별방역이 관건이다. ASF발생을 우려해 최근 야생멧돼지 포획에 힘쓴 게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 2년간 집중적으로 잡은 덕분에 올들어 멧돼지 포획량과 농작물피해 신고가 감소할 정도로 그 수가 줄어들었다.

돼지과 동물만 감염되는 ASF는 치사율이 100%에 달할 정도다. 이미 해외 여러나라에서 가공할 위력을 보이는 등 다른 돼지 감염병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육농장으로 번지는 순간 돼지사육 기반이 위협받는 등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 그런 까닭에 가축방역 당국에서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다. 지난 겨울 밥상물가를 흔들었던 계란파동은 가축 감염병의 파장을 잘 보여준다. 올해도 관련업계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가축방역의 위기는 이처럼 우리에게 직격탄을 날린다. 올 겨울 유독 가축방역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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