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시청사 전경 /중부매일DB
청주시청사 전경 /중부매일DB

청주시 통합신청사 건립이 행안부의 재검토 결정이란 암초를 만난 가운데 청사 본관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애초 신청사 건립 논의당시 존치하기로 한 본관건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청주시의회에서 제기됐다. 존치 배경이 된 문화재적 가치가 떨어지는데다가 이로인해 사업비가 크게 늘어났다며 이제라도 다시 논의하자는 것이다.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얼렁뚱땅 넘어가 속으로 곪았던 것들이 터져나오는 모양새다. 여론을 내세워 제대로 된 확인·검증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데 따른 후폭풍이라 할 수 있다.

중앙투자심사위원회의 면적조정과 타당성 재조사 결정 전에도 신청사 건립에 대한 논란이 거듭됐다. 사업부지 선정부터 청주병원 매입 차질, 설계공모, 인근 고층아파트까지 조용한 적이 없었을 정도다. 이제와서 보니 그때그때 여론수렴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눈치보기로 사업을 추진한 결과다. 처음부터 뚝심있게 사업을 이끌었다면 이렇게 시끄러울 까닭이 없었다. 물론 사업 시작에 앞서 충분한 고민과 검토, 검증이 있어서야 한다. 정치적 판단 등 이런저런 까닭이 더해져 시작도 대충, 추진도 대충이었던 셈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본관건물의 문화재적 가치도 여기에 포함된다. '50년된 건물은 문화재 축에도 들어가지 못한다'는 한 시의원의 발언은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화시켰지만 아예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없다. 겉모습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개보수를 거듭한 건물내부를 보면 보존이란 말을 꺼내기 민망하다. 이 건물의 의미를 다 인정한다고 해도 존치할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이런 고민과 검증이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본관 존치 논란은 애초부터 없었을 것이다.

신청사 건립이 착공도 못하고 지연되자 이참에 이를 백지화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 정도라면 통합의 상징물을 만들고 이를 기념하겠다는 사업취지가 모두 증발해 버린 것과 다르지 않다. 통합이 된지 10년도 안돼 되새길만한 가치마저 흐려지고 있는 게 청주시의 현실일지도 모른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것인데 이를 놓쳐 벌어진 일이다. 아쉬움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과거만 따지고 있을 수는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달라졌고 지금은 지금의 처지에 맞춰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국제공모로 설계를 하고, 부지매입 절차까지 마쳤다면 이를 되돌리는 것은 무리다. 본관 존치로 사업비가 크게 늘어났듯이 지금 이를 백지화한다면 또 다른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비록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더라도 이후 진행된 게 많다면 감수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본관건물 존치 자체가 갖는 의미는 크지 않아 보인다. 신청사 건립이라는 큰 틀을 끌고가는 게 중요하다. 청주시도 "어쩔 수 없다" "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다"는 책임회피성 발언만 할 게 아니라, 현실적인 고민이 담긴 설명을 내놓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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