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직지 관련 자료사진 / 중부매일 DB
직지 관련 자료사진 / 중부매일 DB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가 연일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본향(本鄕)인 청주를 넘어 국가적으로 의미있는 일이 진행되면서다. 이미 알려진대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직지 하권(下卷)의 국내 귀환이 높은 가능성 속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프랑스 정부쪽에서 적극적인 검토를 약속했는데 성사가 되면 직지의 가치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직지의 성분과 보존상태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공유하는 연구사업이 구체화됐다.

청주시가 프랑스국립도서관, 국립과학연구원과 직지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고려말 청주 흥덕사(興德寺)에서 간행된 직지를 기념하고 역사적 배경과 인쇄기술사적 의미를 확인해 전세계에 알리기 위한 것이다. 이제 청주고인쇄박물관, 충북대 산학협력단 지류유물보존처리센터와 프랑스쪽 보존연구센터가 함께 관련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연구결과야 지켜볼 일이지만 이런 의미있는 노력과 활동들이 더해질 때 직지의 가치도 더 올라간다. 그동안 주로 진행된 직지의 역사성 연구를 보완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책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 있다보니 여기에 이르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지난 2019년 문화재청으로부터 예산을 받아 지속적으로 프랑스국립도서관에 협조를 요청하고, 연구진들이 참석한 회의를 수차례 가진 끝에야 협약이 이뤄졌다. 이미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 사태속에서도 지난 9월 프랑스로 가서 지질조사 등의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물도 조만간 국제저널에 게재되고 국제컨퍼런스도 기획돼 있다고 한다. 특히 한국과 프랑스 양국의 기관들이 함께 진행한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미는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직지는 인쇄라는 인류문명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연구 등 학술적으로 국제적인 가치가 충분하다. 그러나 프랑스에 소장돼 있으면서 국내에서조차 접근이 안돼 이를 널리 알리는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이번 공동연구를 시작으로 직지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기대해 봄직하다. 얼마전 전해진 국내 귀환 가능성 소식을 감안하면 이런 기대가 머지않은 시점에 눈앞에서 구체화될 수도 있다. 이를 계기로 국내 뿐아니라 세계인들에게도 이를 선보이고 자랑할 기회가 만들어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에 앞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지금도 많이 부족한 국내의 관심도를 높이는 게 그것이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올해 세계유산 활용 홍보사업으로 추진하는 '어린이 직지만화책' 발간은 그런 면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직지 탄생과정, 간행관련 인물 등을 담았는데 눈높이를 어린이에 맞췄다는 게 중요하다. 더구나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 9개 언어로 찍어 전국에 배포할 계획이다. 흥미를 느껴야 주목을 하고 그래야 이해를 할 수 있다. 직지의 가치를 높이는 첫번째 단계는 결국 흥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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