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년전 체결된 무상급식 합의서를 다시 소환한 충북의 무상급식 소동이 일단락됐다. 논란의 대상이었던 '합의파기 선언'은 애초부터 없었다는 이시종 지사의 해명성 발언으로 합의파기 논란은 한낱 소동으로 종결됐다. 의회와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한동안 충북도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것에 비하면 그 끝은 어이가 없을 정도다. 이번 무상급식 소동은 일이 터진 배경부터 찜찜했다. 교육재난지원금의 불똥이 엉뚱하게 튀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결말은 더 허무하다. 이를 제대로 살펴봐야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먼저 소동의 당사자인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의 안일한 자세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돌아보면 그들의 발언과 행동 하나하나가 어떤 파장을 가져올 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무상급식이라는 폭발성 강한, 논란의 대상이 될 만한 문제를 일방적으로 충분한 검토와 논의없이 다뤘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미 거듭해서 양 기관간의 갈등을 촉발했던 무상급식 비용분담을 상대와 협의없이, 최소한의 통보도 없이 손을 댄 것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상대를 떠보기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상황을 이 지경으로 이끈 첫 걸음은 충북도가 내디뎠다. 내년 예산에 무상급식비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만큼 그 이유인 넉넉지 못한 재정상황과 대책인 추경 편성을 미리 알려줬어야 했다. 그렇지만 할 말이 없기는 충북교육청도 마찬가지다. 아니 일을 키웠으니 책임이 더 크다고 봐야 한다. 이 정도의 일이라면 당연히 전후 사정을 파악하게는 우선이다. 기관대 기관의 일이니 그간의 갈등이나 교육재난지원금 이견과 무관하게 확인했어야 했다. 그런데 진의파악도 없이 불쑥 일방적 삭감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소동의 더 큰 문제는 교육재난지원금에 있다. 타 기관의 재정운용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처신이다. 양 기관의 논의와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라면 대안을 갖고 머리를 맞대면 된다. 일방적인 지적과 주장은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한다. 내 것과 네 것을 가르고 소관만 고집해서는 접점이 생길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북의 교육과 아이들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같이 지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최우선인 것이다. 그런 다음에 재정 상황에 맞춰 분담 방법을 마련하면 될 일이었다.

이번 소동은 일을 만들고, 풀어가는 게 아니라 상대에 딴지를 걸고 내 것만 요구하는 데에서 비롯됐다. 그 밑바닥에는 기관간 불통과 자기만 옳다는 아집이 깔려있다. 지자체와 수장은 지역 주민을 위한 것이라면 일을 찾고 만들어서라도 해야 한다. 즉 일을 하기 위한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되는 자리다. 따라서 이런 일을 빌미로 상대방 비판에 열을 올린 김병우 교육감의 태도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결국 이번 소동은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기본적인 대화 자세가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지를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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