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박성진 교육부장

충북도가 일방적으로 감액 편성해 논란을 빚은 내년도 초중고 무상급식 예산이 살아났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11월 30일 열린 제395회 충북도의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 참석해 "내년도 무상급식비를 삭감한 적도, (충북도교육청과) 합의 파기를 선언한 적도 없다"며 "다만 재정 여건상 당초 예산에 다 담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상급식비 분담액을 합의대로 지원할 것"이라며 "당초 예산에 담지 못한 부족분은 내년 추경에 반영할 계획인데, 부족 재원은 도의회 승인을 받아 부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 간 지역사회가 떠들썩할 정도로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이 사활을 건 강대강(强對强) 싸움을 하던 것과는 달리 다소 싱거운 결말이다. 충북도의회가 나서 소통 부재의 약점을 드러낸 도와 도교육청을 압박할 때만해도 꿈쩍하지 않더니 말이다.

지역사회의 들끓는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던 도와 도교육청 아니었던가. 각자의 주장만 내세우며 첨예하게 충돌했던 도와 교육청은 어찌된 영문인지 충북도민의 목소리는 서로 짠듯이 무시하지 않았던가. 그나마 도의회가 도민의 목소리를 대변해 도와 도교육청을 다그쳤지만 이마저도 '내로남불'식으로 대응하지 않았던가.

이번 논란의 단초는 도가 제공했다. 도가 내년 예산안 편성에서 도와 시·군의 무상급식 분담률을 75.7%에서 40%로 하향 조정하면서다. 2018년 교육청과 약속한 합의를 파기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도는 합의를 파기하면서 교육청에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도교육청으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어찌됐든 우여곡절 끝에 이 지사의 말 한마디로 무상급식 논란은 가라앉았다. 그런데 개운하지 않고 찜찜하다. 이 지사가 2018년 무상급식 합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교육청에 불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앙금이 남아있는 것처럼 보이기 충분하다. 이 지사는 "합의서에는 교육청이 자율학교 지정, 명문고 육성을 포함한 다양한 미래형 학교모델을 창출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도는 예산 분담을 100% 이행하고 있는데, 교육청은 이 조항을 잘 이행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청이 명문고를 만든다고 해서 무상급식비를 더 많이 부담하기로 한 것"이라고 당시 합의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도가 먼저 합의를 파기한 것이 아니라 교육청이 합의서에 서명한대로 이행하지 않아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의미다.

박성진 사회부장
박성진 교육부장

이에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은 "당시 합의는 명문고 육성 등을 전제로 한 조건부가 아니다"며 이 지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양 기관 수장의 시각차가 여실이 드러난 대목이다. 언제 또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품게 된 것이다.

해소된 듯 해소 안 된 듯 아리송하다. 도와 도교육청의 샅바싸움은 결국 도민의 피해로 이어진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도와 도교육청은 부디 자중하고 반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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